"트럼프 리스크 피하자"…국내 대기업 생존전략 '美 전관 모시기'

"트럼프 리스크 피하자"…국내 대기업 생존전략 '美 전관 모시기'

르데스크 2024-12-18 16:54:31 신고

3줄요약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재계가 미국통 인재들을 요직에 전진 배치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 출신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주요 직책에 앉히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계엄령 선포와 탄핵 사태로 인해 외교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재계의 미국통 인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SK·한화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 트럼프 행정부를 대비해 미국 관료 출신 인재들은 영입해 주요 직책에 배치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미국 정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한화그룹은 최근 해외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마이클 쿨터 전(前)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선임했다. 쿨터 내정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을 총괄한다. 그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와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 미국 정부의 핵심 보직을 수행한 바 있다.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쿨터 내정자와 함께 한화그룹은 제이슨 박 전 미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채용했다. 대외협력 디렉터는 미국 정부 및 의회와 소통을 책임지는 중요 직책이다. 한인 2세인 제이슨 박 시니어 디렉터는 아프가니스탄 참전 장교 출신이자 퍼플 하트 훈장 수여자다. 전역 이후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미국 해군 출신인 마이클 스미스를 한화디펜스USA 새 법인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스미스 법인장은 미 해군 거쳐 록히드마틴, HII, BAE시스템스 등 항공우주·방위 산업에 20년간 몸담은 전문가다. 스미스 법인장은 최근 미국 방위산업협회 'NDIA(National Defense Industrial Association)'의 이사회 멤버로 신규 선임되는 등 현지에서 한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방산, 조선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한화솔루션을 통한 태양광 사업에 무게를 두었지만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으로 방산와 조선업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올해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전에서 다수 승리하면서 미국 방산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그룹도 미국통 인사들을 배치하고 있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자동차는 호세 무뇨스를 현대차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외국인 대표이사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선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을 대비한 인사로 분석된다.


또 지난 1월 미국 국무부 은퇴 후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했던 성 김 고문역을 그룹 대외협력·PR 사장에 임명했다. 성 김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주필리핀과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근무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당시 실무를 이끌었던 외교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대사로 활동했던 만큼 외교적 네트워크가 넓어 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세 이슈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매년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것은 물론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약속받았던 IRA 지원금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부정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SK그룹도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미국 대외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의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SK아메리카스의 워싱턴DC 사무소는 로비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지난 7월 신설된 곳이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했다.


SK그룹은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비롯해 HBM, 바이오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2028년 가동 예정으로 미국 상무부로부터 보조금 4억5000만달러(한화 약 65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으나 아직 지급을 확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법 지원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에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재계에서 미국 관료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요직에 배치하는 이유는 트럼프 리스크가 과거 2016년 대선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엄령과 탄핵 등 국정 공백으로 인해 국정 공백이 발생해 기업들이 기댈 곳은 미국통 인재들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는 등 '외교 패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미국 관료 출신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에서 일했을 당시 구축한 네트워크와 경험이 그나마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데 트럼프가 집권해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지원금을 감축하고 관세 올리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며 "미국 고위 관료 출신들이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트럼프 행정부 대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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