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금메달리스트 김유진(24)은 훤칠한 키(183cm)의 소유자다. 키, 근육량, 전체적인 분위기가 여자배구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그의 롤 모델은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김유진은 지난달 한국스포츠경제가 주최한 제8회 K-스포노믹스 시상식에서 대한체육회장상을 받았는데 김연경도 4년 전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얘기를 꺼내자 김유진은 활짝 웃었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상들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김연경 선수의 멘탈 부분을 닮고 싶다. 털털함 등 김연경 선수의 성격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태권도 직속 선배 중에는 이대훈을 본받고 싶어 한다. 김유진은 “이대훈 선배와 훈련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성실한 모습이 멋있더라. 저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주특기는 오른발 앞발을 활용한 얼굴 찍기
김유진은 8세 때 호신술을 배우려다가 할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배우게 됐다. “여덟 살 때 재미로 했지만 중학교 때 선수를 하면서 체중감량도 많이 하고 힘들었다”는 김유진은 “그만둘지 생각도 했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 올림픽 출전이어서 올림픽만 보고 달려왔다. 분명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태권도할 때 장신이라는 체격조건은 장단점이 명확한 편이다. 그는 “요즘 태권도는 키가 크면 유리하다. 일단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면서도 “다만 수비할 때는 (무게 중심이 위에 있어) 좀 약하다”고 털어놨다. 그의 주특기는 오른발 앞발을 활용한 상대 얼굴 찍기다.
김유진은 올림픽 등 국제 대회들에 출전하면서 높아진 태권도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들이 태권도에 엄청 열광한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인기가 많다는 걸 느꼈다. 많은 외국 선수가 태권도를 배우고 그래서 지금은 상향 평준화됐다. 유럽이나 미국뿐 아니라 중국 선수들까지 골고루 잘한다. 체격조건 좋은 선수들이 주로 잘하더라”고 전했다.
김유진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후 도복 위 태극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이다. 김유진은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간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나라를 대표해 국제 대회들에 나가는 건 늘 새롭고 설렌다. 안세영 선수의 세리머니가 멋있다는 생각에 따라 해봤다”고 고백했다.
◆선수 생활 장기적인 목표는 그랜드슬램
김유진이 생각하는 태권도란 스포츠의 핵심은 ‘멘탈’이다. 그는 “정신력이 약하면 이 종목에서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심리 싸움도 재미있다. 제가 연마한 기술을 적용했을 땐 짜릿한 느낌이 든다”고 매력을 설명했다. 심신 단련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게 김유진의 설명이다.
“올림픽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무릎 부상을 입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올림픽 출전의 끈을 놔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재활하면서 엄청 지루하기도 했다”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그래도 결국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그로 인해 삶의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무얼 하든 인내심도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언급했다.
김유진의 일상은 ‘집-운동’의 무한 반복이다. ‘집순이’ 스타일이라는 그는 태권도 얘기가 나오자 다시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평소에는 짜증도 많이 내고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남다른 승부욕으로 집중한다. ‘평정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늘 한다. 경기에선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내년 3월 세계선수권 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단기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저만의 적정 체중이 있는데 그걸 달성해야 뭘 먹곤 한다. 달성하지 않으면 먹지 않고 사우나 가서 땀을 빼곤 해왔다”며 “훈련도 주위에서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란 말을 들을 정도로 독하게 한다. 한 번 할 때 2시간씩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하고 추가로 야간에 보강 훈련을 할 때도 있다. 마른 체형이지만 웨이트트레이닝도 필수적으로 한다. 독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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