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차별과 인종주의 조명한 신간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 '범죄도시' 1편과 '청년경찰'은 모두 2017년 개봉해 주목받은 영화다. '범죄도시' 1편은 68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박스오피스에서 5위에, '청년경찰'은 565만명을 끌어모으며 7위에 올랐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중국동포가 흑인 갱단으로, 이들이 사는 가리봉동과 대림동이 마치 흑인 주거지(게토)처럼 묘사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스크린을 넘어 실생활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들은 살인, 사기, 혹은 피싱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의 손인서 박사는 신간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돌베개)에서 "한국 사회에서 중국동포는 미국 사회의 흑인과 동일한 이미지로 취급받는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동포 혐오는 "지극히 인종주의적"이다. 동포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족은 원래 그래", "중국인이라서", "문화가 원래 그래서"라며 집단 전체, 혹은 이들의 고정된 속성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집단 전체를 개선할 수 없는, 그래서 차별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중국동포들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차별받는다. 2016년 발표된 '국내 체류 중국동포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동포 응답자의 63%가 차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2010년 이주민과 소수자 집단을 향한 한국인의 사회적 거리감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응답자들은 재미교포, 결혼이민자, 그리고 탈북자보다 중국동포에 대해 더 거리감을 느낀다고 보고됐다.
이런 중국동포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대림동은 점점 게토화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대림 2동의 중국동포 인구는 1만명에 달할 정도로 증가한 반면, 내국인은 20년 사이 1만명이 감소했다. 그렇다고 대림동이 '중국 동포끼리' 뭉치는 끈끈한 동네도 아니다. 많은 중국동포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대림동에서 사람 사귀기를 꺼린다. 저자를 만난 한 동포는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동포인 티를 내지 말고 한국인과 지내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인종차별 정서가 심해지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이미 인종주의가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중국동포는 그 주요한 표적"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중국동포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이주민 차별과 인종주의 문제를 조명한다. 저자는 우리가 여러 이주민 집단을 출신 지역과 피부색, 직업에 따라 "인종화했다"고 비판한 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다문화 사회는 정부가 홍보하듯 이주민이 이웃인 사회가 아니다. 실상은 경제적·사회적·공간적으로 내국인과 이주민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문화적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직업, 지역, 소득, 인종이 서로를 갈라놓고 있다. 차별과 혐오가 서로를 갈라놓고 있다."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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