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급등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지만, 당분간 환율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치솟은 환율로 인해 여행업계에서는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내국인의 여행 경비 부담이 커지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높은 환율로 해외여행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높아진 환율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 숙박을 비롯한 여행 경비가 증가해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엄령 전날 종가인 1401.3원의 원·달러 환율로 100만원을 환전하면 약 712.2달러로 환전할 수 있다. 그러나 17일 기준 종가인 원·달러 환율 1438.9원에서는 694.5달러로 환전 가능하다. 이처럼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는 해외여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환율의 여파로 여행사 패키지 상품 금액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지상비(숙박비, 식비 등 현지 경비), 항공료, 수수료 등이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현지에서 사용하는 경비가 오를 수밖에 없고 패키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항공권은 중개 수수료만 받는 구조로, 여행사 관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일주일간 국내 숙소 신규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해외 숙소 예약 건수는 같은 기간 5% 감소했다.
한 숙박 플랫폼 관계자는 “계엄령 이후 해외 부문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반면 국내 부문에서는 호텔, 리조트 카테고리의 예약이 증가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이동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다수 여행업계는 아직은 계엄령 여파로 아웃바운드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두투어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직전 동기 대비 예약률에 유의미한 변동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겨울 방학 시즌을 맞아 신규 유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예약률이 소폭 상승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계엄 사태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가 감소하지 않았다. 탄핵 이후에도 혼란스러운 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비슷한 상황이었던 지난 2016년 10월에서 2017년 5월까지 모두투어 송출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교원그룹의 여행이지는 예약 데이터를 기준으로 2025년 1분기 예약 수요를 분석해 발표했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예약 건수는 올해 1분기의 85% 수준이다. 다만, 아직까지 내년 1, 2월 여행 예약이 전부 완료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최근 중국 여행이 무비자로 가능해지며 1분기 예약률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북미, 괌, 동남아 등은 환율 상승에 따라 내년 1분기 수요가 대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며 현황을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의 예약 증감률에는 유의미한 변동 사항이 없지만, 고환율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 위축과 여행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데이터 추이를 파악했지만 (계엄령)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여행 경비 상승으로 인해 업계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공사 차원에서 유치한 단체 관광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비상계엄 여파가 없었다고 보기엔 힘든 상황”이라며 “문체부를 중심으로 오는 26일 총리 주재로 방한 관광 회복을 위한 국가관광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세부적인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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