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외국인' 선례 될까

[더스탁=이경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를 판가름할 임시주주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왔다. 법조계 일각에선 MBK파트너스가 '외국인' 인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으로 지정됐는데, 경영권을 얻으려는 주체가 외국인일 경우 관련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사실상 '불허'한다는 의미다.

MBK파트너스는 주요주주와 경영진 구성이 애매하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혼재해 있다. 관련법상으론 외국인으로 볼 수 있다는 적극적 해석도 있다. 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주요주주이자 핵심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산업부 유권해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에 대한 적대적M&A도 처음이고, MBK파트너스와 같은 기업이 외국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처음이다. 국내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선례가 된다.

미국국적을 가진 김병주 회장(왼쪽)과 부재훈 부회장

◇ 외국인 주주 영향력 관건, 한국법인 여부는 안따져

고려아연은 올 11월 18일 ‘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을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외국인의 적대적 M&A 시도에 대해 정부보호를 받게 됐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2’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는 경우 미리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도 전략기술보유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 미리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부 장관은 승인심사과정에서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판단할 경우 외국인의 경영권 인수 행위에 대해 중지나 금지, 원상회복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쟁점은 누구를 외국인으로 봐야 할지다. 대통령령상 외국인은 단순하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개인 △외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외국정부 대행기관 △국제기구 등을 지칭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령은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 같은 애매한 경우 대해선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정확히 규정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이에 상기법들은 시행령을 통해 맹점을 보완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험 시행령 제18조의2(1항1호)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제19조(1항1호)에서 각각 '외국인투자'에 대해 폭넓게 정의하고 있는데 내용은 같다.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의 계약이나 합의에 의해 조직변경·신규사업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가 경영권 인수 등을 추진하는 경우를 외국인투자로 본다.

즉 한국법인이라 하더라도 주요 주주가 외국인이고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면 산업기술보호법 상 경영권 인수행위가 '외국인투자'가 될 수 있다. 이 조항 탓에 MBK파트너스도 외국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 외국인 지분율 30% 추정, 미국인 김병주 회장이 최종 결정권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서울에 설립한 한국법인이다. 하지만 주요 주주가 외국인이다. 2021년 6월 말 기준으론 한국인인 윤종하 부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각각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20.24%, 우리사주조합이 20.76%를 들고 있다. 그런데 2022년 미국 누버거버먼 자회사이자 사모펀드인 다이얼캐피탈이 MBK파트너스 구주를 13% 인수하며 외국인 비중이 높아졌다.

현 시점 지분율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두 부회장들 지분율만 고려아연 공시로 인해 2023년 6월 기준 각 24.7%로 낮아진 것만 확인된다. 2022년 구주매출의 결과물이다. 다만 우리사주조합 지분율(20.76%)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다이얼캐피탈 13%에 김병주 회장 16.95%로 총 30% 수준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외국인이 지배구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지배적 영향력(의사결정권)도 창업주이자 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갖고 있다. 관련 정황이 언론을 통해 다수 보도돼 왔다. 김 회장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의장으로 모든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가 2023년 한국앤컴퍼니 경영권분쟁에 관여할 당시 자금조달을 위해 LP(펀드출자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개서에도 영향력이 드러난다. 김 회장이 투심위 의장으로 유일하게 '거부권(veto power)'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MBK파트너스 소개서 내용

법인등기부등본상으로도 외국인 영향력이 확인된다. 유한회사인 MBK파트너스는 윤종하 부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등 두 명의 대표업무집행자를 선임하고 있는데 주식회사로치면 대표이사격이다. 그런데 부재훈 부회장이 미국인이다. 부재훈 부회장은 MBK파트너스 설립 때부터 함께한 인물로 김병주 회장 인척으로 알려졌다.

김병주 회장 스스로도 영향력을 드러냈다. 지난달 서울 은평구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행사에 참여한 김병주 회장은 고려아연 인수 추진 배경을 묻는 기자 질문에 “한마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입니다”라고 답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결정에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답변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항에 그대로 대입하면 MBK파트너스는 외국인(김병주 회장과 다이얼캐피탈)이 주요 주주(김광일·윤종하 부회장)와 계약과 합의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라며 “MBK파트너스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규정한 외국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법인등기부등본 기준으로 봐도 외국인(부재훈 대표업무집행자)이 주요 주주와 계약과 합의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며 “산업부가 승인 심사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