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급공무원으로
영국에서 사업가 행세
영국 첩보기관(M15)이 그간 'H6'로 분류하고 감시하던 스파이가 중국의 양텅보(50)라고 최근 공개했다.
"영국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중국 사업가 양텅보는 찰스3세(76) 국왕의 친동생인 앤드류(64·요크 공작) 왕자와 15년간 절친으로 지낸 미스터리 인물이다.
당초 양텅보는 중국의 하급 공무원 신분으로, 영국 요크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영국에서 크리스토퍼 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중국 사업가로 변신해 있었다.
앤드류 왕자 측은 그를 "공식적인 통로로 만난 사람중 한명일 뿐"이라며 "국가안보 등 민감한 성격의 것은 그와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앤드류 왕자의 고문은 그를 "나무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앤드류 왕자와 절친을 넘어 그의 심복으로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찰스3세 국왕,동생에 분노
두 사람 사이가 밀접하게 교류했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앤드류 왕자가 제프리 앱스타인 스캔들에 휘말릴 때인 2010년께로 드러났다.
앱스타인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금융인이자, 미국내 버진 아일랜드 섬을 소유하고 그곳에서 미성년자 인신매매를 한 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목을 매 자살한 성범죄자다. 앱스타인은 앤드류 왕자 뿐 아니라 트럼프,클린턴 등과도 교분을 맺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당시 앤드류 왕자가 뉴욕의 한 공원에서 앱스타인을 몰래 만나는 장면이 파파라치의 사진에 찍혀 두 사람간의 관계가 드러났었다. 앤드류도 미성년자인 버지니아 주프레와 성적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것이다.
이에 형인 찰스3세 국왕이 당시 앤드류 왕자에게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찰스3세 국왕은 이번에 또 양텅보 스파이 사건이 터지자 동생에게 다시한번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심지어 매년 크리스마스에 영국 왕실 가족 모두 모인뒤 교회를 가던 행사에 앤드류 왕자를 오지말라고 통보할 정도로 화가 난 상태라고 한다.
앤드류 왕자 60회 생일에 초대돼
양텅보는 앤드류 왕자와 친분으로 그의 60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됐고, 윈저 성 등 왕실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특히 앤드류 왕자와 친분을 연결고리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재직땐 다우닝가에서 함께 중국 설날 축하행사도 했다.
그는 런던 메이페어에 있는 리츠 호텔 뒤쪽에 사무실을 두고, 영국기업을 대상으로 중국내 사업 컨설팅을 해주는 전략자문그룹인 햄튼 그룹 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다. 영국-중국 기업협의회인 '48클럽'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 정보기관인 M15는 양텅보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UFWD) 요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마법의 무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국가별로 영향력 있는 인물과 친구가 돼 중국의 사고방식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M15는 2021년 1월 6일 그를 공항에서 체포해 휴대전화 등을 압수한 뒤 중국으로 내보냈다. 그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양텅보는 유라시아펀드에서 앤드류 왕자를 대신하는 권한까지 줬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라시아펀드는 유럽,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로 주로 인프라,기술,제조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양텅보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지난해 2월 다시 영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려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양텅보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동서양간 교량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며 "중국 정치권의 누구와도 연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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