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과도정부도 국제사회 인정 위해 적극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서방 국가들이 판도가 뒤집힌 시리아로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 시리아를 끌어안으려 하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전날 저녁 스티븐 히키 영국 외무부 중동북아프리카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시리아를 방문해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를 만났다.
프랑스도 이날 시리아 내전 발발 이듬해인 2012년 폐쇄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자국 대사관을 재가동하고 장프랑수아 기욤 특사가 이끄는 대표단을 보냈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시리아와 레바논 등 중동 일부를 식민통치했으며 여전히 이 지역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독일 대표단도 이날 시리아에 도착해 HTS 지도부와 회담할 예정이다.
독일 외무부는 성명에서 HTS에 대해 "지금까지 그들은 신중하게 행동했다"며 "다마스쿠스에 외교단이 주재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유엔의 시리아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이 알샤라와 무함마드 알바시르 총리를 잇달아 만났다. 그는 알샤라를 "새 행정부의 사령관"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금은 HTS 등 세력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유럽의회에서 "시리아에 대표단을 재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단계"라며 "시리아를 비워둘 수 없으며 EU가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테러단체 명단에 오른 HTS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던 유럽 주요 국가는 연일 온건하고 포용적인 정권을 수립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이들을 점차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서방이 이처럼 신속히 움직이는 배경에는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이란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으로 향하는 무기 수송 경로이자 이란을 위시한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의 축' 일원으로 역할 해온 시리아가 친서방으로 돌아서면 이란의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
시리아 정세가 서방의 협력으로 안정된다면 유럽의 난민 문제가 해결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레반트 지역의 정세 불안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테러조직 소탕에도 진전이 기대된다.
정권을 차지한 반군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통해 통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서방의 접근에 적극적이다.
시리아 SANA 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알샤라는 반군 활동 때 입던 군복과 터번을 벗고 정장 차림으로 영국 대표단을 맞이했다. 이슬람 무장단체라는 HTS의 이미지와 단절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알샤라는 영국 대표단에 "시리아 난민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시리아에 부과된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시리아가 법치 제도를 확립하고 안보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군 무장세력들이 해산될 것이라며 "전투원들은 훈련을 거쳐 국방부 체계로 합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바시르 시리아 과도정부 총리는 이날 보도된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 계열 무바셰르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종교적 환경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두고 "이슬람교나 이슬람의 용서, 정의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리아는 모든 시리아인을 위한 것"이라며 "시리아의 미래를 건설하는 데 모든 사람이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알바시르 총리는 바샤르 알아사드 전 정권이 내전 기간 달러를 쏟아부은 탓에 시리아 외환보유고가 거의 고갈됐다며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란과 러시아, 헤즈볼라에게 기대어 국제사회와 교류를 단절하고 반목했던 아사드 정부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 셈이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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