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을 둘러싼 갈등 장기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부채납을 두고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진단한다. 도시개발에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성을 높여야 하는 조합 모두 양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 장기화는 정비사업 추진 지연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부담을 높이는 만큼 합리적이고 신속한 조율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기부채납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의 주이용자는 조합원들인 만큼 무조건적인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7일 "정비사업 단지 용적률을 높여주면 교통 체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니 지자체에선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조합 입장은 다르다"면서 "기부채납을 하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니 반대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역시 "기부채납은 지자체와 조합 중 한 곳이 잘못한 게 아니라 입장이 다른 것이어서 적절한 합의 지점을 찾기 쉽지 않다"며 "더구나 요즘은 건축비가 올라서 갈등이 더 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비 사업지마다 기부채납 방식이 다른데 지자체가 요구하는 공공시설이 과도한 곳도 있고, 주민들이 공공기여는 고려하지 않고 혜택만 바라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각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사업 추진을 위해선 서로 간에 합리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소장 역시 "정비사업 추진이 더디면 금융 비용만 늘어나고 결국 재건축이 무산될 수 있다"면서 "기부채납을 안 할 수 없다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부채납 시설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단지 주민들이 더 많이 쓰는 만큼 실익 판단 없이 반대만 하는 것은 정비사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시에서 정한 기부채납 기준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단지마다 조금씩 달리 적용해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라면서도 "기부채납으로 세워지는 공공시설이나 공원 등은 단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혜택을 받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갈등을 끝내 해결하지 못한 단지에선 일반분양 수익을 포기하고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3구역 등이 대상지로 거론된다. 김 전문위원은 "압구정3구역은 기존에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했던 단지"라면서 "기부채납이 사업성을 떨어트리고 조합원 부담만 늘린다고 판단하면 신통기획 용적률 혜택 등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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