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 "튀르키예 특수부대 등 집중배치…2019년 침공 당시와 유사"
미국 지원 받아온 쿠르드 측, 트럼프에 "침공 막아달라" 호소 서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튀르키예와 친튀르키예 민병대가 쿠르드족이 모여 사는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 인근에 병력을 증강시키면서 미국이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익명으로 인용해 16일(현지시간) 이렇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측은 이달 8일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후 쿠르드족 다수 지역인 시리아 북부 코바니 근처의 국경지대에 친튀르키예 민병대, 튀르키예군 특수부대, 포병부대 등을 집중 배치했다.
이는 2019년 튀르키예가 시리아 북부를 침공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WSJ에 미국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자제를 촉구중"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쿠르드 세력의 민간 통치기구인 북부·동부 시리아 자치행정기구 집행위원회의 공동의장 일함 아흐메드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튀르키예의 침공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아흐메드는 튀르키예가 트럼프 취임 전에 시리아 북부를 장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만약 튀르키예가 침공을 강행한다면 결과는 파멸적일 것이고 코바니에서만 쿠르드족 민간인 20만명이 피란길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흐메드는 "국경 건너편에 튀르키예군이 집결하고 있는 모습을 이미 볼 수 있으며 우리 민간인들은 죽음과 파괴가 임박했다고 계속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흐메드는 트럼프 1기 집권기에 그를 면담했을 때 "미국은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해달라고 촉구했다.
친튀르키예 반군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마자 미군이 지원하는 쿠르드 반군 시리아민주군(SDF) 공격에 나섰다.
튀르키예 정부는 불법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KWP)과 SDF가 한편이라고 보고 있다.
SDF에 따르면 미국은 그간 코바니에서 전투중인 시리아 쿠르드와 친튀르키예 반군 사이의 휴전협상을 중재해왔으나 이날 협상이 결렬됐다.
튀르키예의 침공 위협으로 미군과 SDF가 시리아 북서부에서 합동으로 벌여온 이슬람국가(IS) 잔당 소탕작전도 위기에 처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는 인명 희생을 많이 내지 않고 비우호적 장악을 해냈다"고 말했다. 시리아 미래의 열쇠는 튀르키예가 쥐고 있다고도 했다.
WSJ은 이에 대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이 시리아를 장악하는 데에 튀르키예 측 지원이 있었음을 트럼프가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 시리아 북동부에서 일부 미군 철수를 단행했으며 그 후 튀르키예의 대규모 침공으로 시리아인 수십만명이 숨지거나 피란길에 올랐다.
그 후 트럼프 행정부는 쿠르드족이 튀르키예 측에 일부 국경지대를 넘기는 조건으로 양측이 휴전하도록 중재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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