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회와 위기 공존하는 AI···이창용 “韓銀, 인공지능에 적극 투자할 것”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금융위원회(FSC)-한국은행(BOK) 공동개최 '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최근 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위원회와 ‘인공지능(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콘퍼런스 환영사를 통해 “우리는 경제 전망과 분석 작업에 AI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 리스크를 감지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만들 방침도 전했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감지하기 위한 AI 기반 조기 경보 시스템과 내부 규정 및 업무 매뉴얼에 대한 문의를 지원하는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언했다.

이어 “직원들이 상당한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를 결재해달라고 했을 때 배경지식 부족으로 걱정되는 면이 있었다”면서도 “결국 적극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는 반도체 생산과 정보통신(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한민국이 경제 저성장에서 탈출할 타개책으로 AI를 꼽았다. 

이 총재는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제조업 경쟁 심화 속에서, AI 기반 IT 서비스 수출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AI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AI 생태계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엔드투엔드( end-to-end)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칩 설계 및 파운드리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와중, 성공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확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국어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 응용 측면에서도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동시에 AI로 획일화된 의사 결정 모형이 금융시장 내 ‘쏠림현상’( herding behavior)을 초래해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 17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사에서 한국은행, BIS,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인공지능(AI), 금융, 중앙은행 : 기회, 도전과제 및 정책적 대응’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진민석 기자

특히 신현송 BIS 조사국장도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AI의 위험성에 대해 설파했다.

신 국장은 “감독관들이 이상 징후들을 미리 포착하는 등 AI는 보다 효과적인 금융 안전 모니터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리스크들도 발생할 수 있고, LLM의 취약성을 활용해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모델을 조작하는 등 정보 유출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AI가 사이버 리스크를 증가시키지만, 사이버 공간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분의 경우 AI가 효과적이라고 대답하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금융 분야에서 AI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AI의 커지는 역량에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2022년 Open AI의 챗GPT 출시 이후, AI가 전 산업 혁신의 기폭제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 산업이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가장 다양하게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모건 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비롯해 BIS와 ECB(유럽중앙은행), 스페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평가 및 분석을 위해 출범한 ‘가이아 AI 프로젝트’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금융회사, 중앙은행의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모형 간 유사성이 동일한 의사결정을 초래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쏠림현상’ 등은 금융 안정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당국은 AI를 활용한 금융 혁신을 적극 촉진하는 동시에, AI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 AI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활용을 위한 원칙을 논의하고 있다”며 “AI의 보조 수단성을 명확히 하며, AI를 개발·활용할 경우에는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