쾨닉 서울에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본 작가 롯카쿠 아야코(42)는 스케치나 밑그림 없이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2002년 우연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40대 초반에 작품 가격이 수억원대에 이르는 인기 작가가 됐다.
핑크(분홍색)가 주조를 이루는 화면 속 눈이 큰 소녀가 특징인 롯카쿠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이태원의 쾨닉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핑크를 주로 쓰는 이유에 대해 "어느 날 형광 핑크를 좍 펼쳤을 때 기분이 굉장히 고양되는 것을 느꼈다"면서 "귀여움을 표현하거나 내 감정을 발산할 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핑크가 될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그의 그림에는 파도 같기도, 산 같기도, 때론 꽃 같기도 한 모호한 형태로 가득 채워진 화면 속에 눈이 큰 소녀가 등장한다. 작가를 닮은 듯한 소녀는 눈만 내놓고 배경에 파묻혀 있기도 하지만 때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가는 "그림 속 소녀는 나의 일부"라면서 "서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눈이 없다면 작품 자체가 흐릿해지는 것 같아 눈 표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작품을 처음 마주할 때 맨 먼저 눈을 발견하게 되고 눈을 기점으로 점차 시야가 확장되는 듯한 느낌을 즐겨달라"고 말했다.
롯카쿠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핑거 페인팅'으로도 유명하다.
"스무살 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자고 생각해 어떤 기법으로 그릴까 고민하던 차에 손에 물감이 묻었어요. 그 물감을 떼어내려고 택배 상자 같은 것에 손을 비볐는데 그때 느낀 촉감에서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전시에서는 그림 외에도 대형 설치 작품이 눈에 띈다. 작가가 서울 남산을 모티브로 만든 작업으로, 한 달 반 동안 서울에 머물며 동대문 원단 시장에서 구입한 핑크 천을 잘라 이어 붙여 동화 속 작은 산처럼 꾸몄다.
롯카쿠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귀엽다는 의미의 일본어 '가와이이'(かわいい)다. 그림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들은 모두 귀여움을 나타내는 작가의 장치다. 설치 작품에도 정체가 불분명한 작은 형상들을 더해 귀여움을 표현했다.
"일본인에게는 뭔가 귀여운 것들을 함께 넣고 싶은 마음이 기본적으로 있죠. 여기(설치 작품)에 산에 살고 있는 정령이나 생명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정령들이 산을 지키는 이미지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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