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현주소①] ‘가장’ 책임감 옛말...“죽어야 타는 보험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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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현주소①] ‘가장’ 책임감 옛말...“죽어야 타는 보험은 싫어”

투데이신문 2024-12-17 10: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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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끝난다’는 뜻이 담긴 종신보험은 한 때 ‘생명보험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흥행했다. 피보험자가 사망해야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지만,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사망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가족들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선호 받았다. 그러나 비혼과 저출산 등 여러 사회현상이 맞물리면서 최근에는 트렌드가 바뀌었다. 사망에 대한 순수 보장 외에도 여러 특약을 더해 사망 전에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재테크나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불완전 판매 위험도 함께 자랐다. 보험은 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 시 대처하기 위한 안전망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로 불충분한 보장이나 아예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변모하는 종신보험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20여년 전 푸르덴셜생명의 종신보험 광고 속 아내의 대사다. 남편이 홀로 남겨질 처자식을 위해 가입한 종신보험 덕분에, 사망 후에도 10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내용이다. 당시 밝은 아내의 표정과 다정해 보이는 라이프플래너 모습 등으로 여러 오해와 비판을 받았으며 그해 최악의 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돈과 아버지의 희생을 맞바꿨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생명을 매개로 한 종신보험의 본질을 잘 드러낸 광고기도 하다. 종신보험은 남겨진 가족을 위한 가장의 사랑과 배려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종신보험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그저 희생만 하던 아버지상도, 가정에서 묵묵히 아이 키우고 살림하던 어머니의 모습도 현재 세태엔 걸맞지 않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1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은 지난 2020년 약 163만 건에서 지난해 106만건으로 2년 사이 57만건 감소하며 약 35%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금액은 85조4000억원에서 49조1000억원으로 약 40%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86만건으로 크게 올랐지만 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높은 신계약 비중이 반영된 수치다. 따라서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대한 젊은 세대의 선호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종신보험이 국내 첫 도입된 시기는 1991년이었다. 가족에 대한 책임은 무한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됐다. 이후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가장의 사망에 대비하는 종신보험은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높은 사업비를 자랑하며 생명보험사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한 종신보험의 유인 요소는 최근 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죽어야 받는 보험’ 꺼리는 소비자들…생보사, 혜택 더하며 ‘진화’

1990년대 말, 그 많던 아버지들은 왜 손해보험이 아닌, 생명보험에 속하는 종신보험을 들었을까. 그 이유는 각 보험별로 사망에 대한 분류와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에서는 일반사망과 재해사망에 대해 보장하고, 손해보험에서는 상해사망과 질병사망을 보장한다. 생명보험에서는 특정한 원인과 관계없이 사망에 대해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반면, 손해보험에서의 사망 보장은 까다롭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처럼 우연, 급격, 외래라는 요인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가령 계곡에서 수영을 하다 사망하는 경우에는 우연성이 없다고 보기에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종신보험은 사망을 폭넓게 보장하는 대신 납입기간이 길고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함께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보험의 특성 상, 중도 해지와 화폐가치 하락의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비혼과 저출산이 확대되고 있는 사회 구조상 종신보험의 ‘사망 후 보장’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또한 통상 소비자들이 사망 후 보장에 대해 꺼려한다는 점도 전통 종신보험이 경쟁력을 잃은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 보장 종신보험의 니즈가 떨어지는 원인은 비단 비혼과 미출산 뿐이 아니다. 기혼에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젊은 부부들은 사후 언급 자체를 꺼림칙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일어난 보험사기 등 여러 사례로 인해, 본인 가입은 물론 배우자에게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양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어린 아이와 아내가 있지만 나 스스로 죽음 이후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며 “건강보험 가입으로 생전 위험에 대비하고,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주식 투자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생보사들은 기존 종신보험에 ‘살면서 누리는’ 여러 특약을 추가하는 등 신 계약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교적 짧은 만기와 높은 환급률을 내세운 단기납 종신 출시다. 만기를 채우면 보험금을 비과세로 돌려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10년 거치 기준 130% 중반 수준이었던 환급률은 올해 초 당국 제재로 인해 11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밖에도 파격적인 암 보장 등 건강 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간병 기능을 추가하는가 하면 요양시설 우선 입소권을 제공하고, 사망보험금을 달러로 주겠다는 회사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앞으로도 주력상품이던 종신보험 변모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구조가 바뀐 만큼 차별화된 보장을 내세우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신 고객 확보는 물론 공공 안전망 역할을 하는 보험 본연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종신보험은 취지 자체가 본인을 위한 보험이 아닌 만큼, 순수 사망에 한해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종신보험은 나를 위한 보험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보험이며 절대 본인을 위한 재테크나 저축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언제 어떻게 죽든 면책사유만 아니면 무조건 죽음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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