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9일 명동성당 꼬스코홀에서, '민주단체 50주년 합동기념식'이 있었다. 민청학련동지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작가회의 등 유신에 맞서 싸웠던 각계 핵심 단체들이 창립된 지 어언 50주년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당초,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싸웠던 과거의 영웅적인 투쟁의 시간들을 회고하는 자리였으나, 안타깝게도 12.3 쿠데타로 인하여 45년 전의 역사가 현재로 되살아난 듯한 데자뷰와 함께 분노감, 허탈감, 결연한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50년 전과 데자뷰되는 이 초현실적 현실 앞에서, 그리고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그 반민주적 독재의 유산이 되살아난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변동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어떤 응전을 해야 하는가.
* 12. 3 이후의 '1차 전환 국면': 2개의 경로의 각축
12.3 쿠데타와 그 실패는 기존의 교착된 한국사회가 새롭게 격동적으로 변화하는 계기이자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복기하면, 12.3 비상계엄 시도, 그에 무산시킨 12.4 국회 해산결의, 12.12.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윤석열의 담화, 그리고 이어지는 12.14 탄핵 가결로 이어졌다. 이 시기를 굳이 나눈다면, 12.3 쿠데타와 계엄해제 국회 결의 이후, 퇴진, 하야, 탄핵 판결 등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를 '1차 전환 국면'이라고 해보자.
아마도 12.3으로부터 윤석열의 퇴진(탄핵, 체포, 하야 등)에 이르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 1차 전환 국면에서, 당연히 국민의 힘 등 보수진영은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이름으로, 현 권력구조를 유지하면서 타협적 변화를 지향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다 근본적 전환을 추구하는 대중적 역동성이 분출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타협적 변화와 보다 근본적 변화의 길이 각축하게 된다. 과거 역사적인 예를 들면, 87년 6월 민주항쟁을 전환점으로 하여, 6.29선언,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한 10.27 헌법 국민투표까지의 시기이며, 이후 선거국면으로 전환하여, 87년 12월 대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12.3쿠데타와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 이후, 12.14 탄핵의 국회 가결까지의 시기가 1차 전환 국면의 제1소시기 쯤 되겠다. 이 시기에도 2개의 길의 각축이 있었다. 윤석열은 12월 12일, 비상계엄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기묘한 논리로 무장한 채, 탄핵과 퇴진 자체를 수용하지 않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에 대항하는 국민적 분노가 더욱 고조되었고 연일 이어지는 탄핵촉구집회, 최고조에 이른 12.12 여의도 탄핵촉구집회를 배경으로 국힘의원들이 탄핵찬성파와 윤석열지지-탄핵반대파로 분리되면서, 탄핵은 가결되었다. 이 소시기에서 국민적 항거는 타협적인 경로를 봉쇄하면서 더욱 근본적인 변화의 길을 열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제2소시기에 해당하는 헌법재판소 판결 까지, 2개의 길 간의 치열한 각축이 이어질 것이다.
*'구도 전환'의 필요성
1차 전환 국면에서의 우리들의 과제는 2가지 방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타협적 변화의 경로를 방지하면서 더욱 근본적 변화의 경로를 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2.3 이전에 존재했던 교착 구도를 전환하고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분노의 저항화를 넘어서, 희망을 잉태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탄핵 이후 국민들이 갖고 있는 '허무주의'적 정서를 극복해내도록, 대전환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먼저, 1차 전환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윤석열 대 이재명'의 좁은 대립구도를—12.3쿠데타라는 계기적 사건이 촉발한 국민적 분노를 모아내면서—광범위한 '민주주의 심화발전 연합'으로 바꾸어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교착 구도를 더욱 폭넓은 민주주의적 발전 연합으로 '구도 전환'을 해야 한다.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한 보수진영의 응전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1차 전환 국면은 복잡한 경로를 밟을 수도 있다. 민주진보진영 역시 박근혜 탄핵과 동일한 패턴을 밀어붙인다는 생각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통치블럭 내에서, 통치자로서의 윤석열과 국힘의 분리, 12.3비상계엄에 대응하여 국힘 계엄해제 찬성파의 분리, 탄핵 국회 투표를 둘러싸고 국힘 내에 탄핵 찬성파가 분리된 것은 주의해 볼 대목이다.
더 넓은 탄핵 연합,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과도기의 관리 비젼을 제시하고, 비정상적인 비상계엄 시도에 분노하는 국민들이 1차 전환의 타협적 경로에 대한 투쟁전선으로 합류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광화문 보수집단 대 탄핵을 촉구하는 여의도의 민주진보적 국민들이 대치한다. 이 구도도 해체적 극복을 해야 한다. 이런 속에서, 윤석열정부의 탄생과정에서 민주진보진영과 결합하지 않았던 많은 개인과 진영이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을 지지하면서, 민주진보진영으로부터 이탈했던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새롭게 드러난 본질을 직시하면서, 변화의 서포터즈가 되게 해야 한다.
*국란 극복의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이처럼 구도전환은 야당이 여당에 대립하는 투쟁정당에서 12.3 쿠데타로 조성된 국란(國亂)극복의 리더로서의 재정립되는 것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윤석열은 '기능 부전' 상태에 들어갔고, 그런 상태는 대통령제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국가적 위기에 진입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통치체제의 와해는 중요한 국가적 의사결정을 표류하게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국란 극복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근본적 변화의 길이 열린다면, 차기 민주진보정부가 '통합정부'로 출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민주진보가 윤석열의 정치가 아니라 군사적 수준에 의한 준내전적 '박멸' 전략을 넘어서서, 통합과 공화의 가치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진보가 민주를 매개로 연합의 바운더리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0.73%의 차이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일종의 준(準)내전적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는 통치의 미숙과 실정이 겹쳐지면서 더욱 악화되어져 왔고, 스스로 자멸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차기 민주정부는 이런 경로의 가능성을 넘어서야 한다. 국란 극복, 그를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적대적 진영정치의 틀 그 자체가 온존된다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탄핵과 공격의 칼이 차기 정부에 그대로 던져질 수 있다. 1차 전환 국면에서, 반윤석열 투쟁의 연장선 상에 서되, 질서와 안정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국란 극복의 견인차임을 보여줄 때, 12.3 이전의 교착 구도가 깨어지면서, 진보적 전환을 위한 대중적 기반을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다.
*연합의 구도를 확장하는 것
탄핵연합의 구도를 확장하는 것은 정치적 차원과 시민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진행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80년대를 돌이켜 보면, '아방타당'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그런 언어에 기대어 보면, '아방 집결주의적' 혹은 '아방 확대주의적' 관점에만 서서는 안된다. 시민사회에서도 기존의 루틴한 그리고 익숙한 연합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합의 폭을 확장하는 주제가 무엇일까가 문제로 된다. 나는 '헌법개정' 같은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헌법개정의 미니멈과 맥시멈이 있다고 하면, 미니멈을 최소합의로 하여, 탄핵 촉구 연합에 최소합의적 헌법개정 연합의 성격이 겹쳐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 합리적 보수까지 정당하게 연합에 초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12.3쿠데타에 대한 청문회와 수사를 통해서 윤석열 폭정과 '반국가적인' 행위들이 더욱더 드러날 것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확대될 것이다. 이런 확대가 연합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87체제'의 대전환의 희망으로
다음으로 1차 전환 국면에서는 국민적 분노를 배경으로 하는 타협적 경로를 막아내는 것과 함께, 분노를 넘어서 희망을 잉태해야 한다. 윤석열을 넘어선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퇴진이 확정되는 순간, 곧 바로 우리 사회는 '선거국면'으로 전환된다. 탄핵이 성사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심리기간이라는 과도기가 존재하지만, 만일 바로 퇴진이 이루어진다면, 그 기간이 2개월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표 획득'의 논리가 작동하게 되고, 그러면 파편화된 선거 승리의 논리만이 지배하게 된다. 그러면 공약은 거의 '정책 떳다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거시적인 변화의 비전은 실종되고, 승리를 위한 표계산만이 남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1차 전환 국면에서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만들기 위한 희망의 플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시효를 다한 '87년 체제'의 이후 체제를 구성하는 비전이다.
우리는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헌정체제를 이른바 '87년 체제'라고 부른다. 이 체제는 기본적으로 여야 간의 타협에 의해서 직선제 부활을 포함한 선거민주주의의 기본 틀로서 구성된 것으로서,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서서 새롭게 만들어진 민주주의체제의 복합적 특성을 지칭한다. 87년 체제는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라는 '그릇'을 만든 사건이었지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30여년이 넘는 긴 민주화의 여정 속에서 그동안 수많은 전환을 요구받아 왔다. 이 87년 체제는 12.3쿠데타와 같은 체제 내에서의 '반란의 제도적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으며, 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제기조가 전면화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모순이 심화되었고, 박근혜정부에 대항하는 촛불시민혁명으로 고양된 대중의 요구를 담아내는 데 한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를 넘어서는 요구가 '제7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제기되기도 했고, 87년 체제가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97년체제'로 형해화되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지금은, 정치적 위기 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같은 인구 공동체의 소멸위기, 불평등의 극심한 확대로 인한 사회적 위기, 각종 사회적 갈등의 증폭, 차별과 혐오의 확대 등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더구나 87년 체제는 30여년의 긴 세월동안 정치의식, 권리의 측면에서 역동화된 시민들의 참여욕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12.3 쿠데타를 무산시킨, 여의도정치의 동력과 그를 좌절시킨 국민적 힘을 매개로 하여,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노력이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압살 시도에 대항하여, 단순히 민주주의를 수호·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높고 더 깊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아가 '더 좋은 국가'를 향한 투쟁과 연합으로 재의미화해야 한다. 달리 이야기하면, 이른바 '87년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 그 속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비전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의 과정에서 바로 그러한 대전환의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
*국가와 정치체제의 '다원적' 재구조화
1차 전환이 2차 전환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비젼이 필요하다. 이는 12.3 이후의 전환이 단지 정부 주도세력의 교체나, 중앙 정치엘리트의 교체로 종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넘는, 국가적·사회적 대전환의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가적·사회적 대전환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몇가지만을 핵심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와 정치체계의 '다원적' 재구조화의 시대적 필요를 담아내야 한다. '제욍적 대통령제'를 87년 이후의 정치사회적 변화에 맞게 재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시급한 것은, 검찰권력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것, 그것이 정치권력과 결탁하면서 그 독점화된 기소궈을 정치화해서 악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검찰국가의 제도적 형태를 전환하는 것도 포함한다. 윤석열의 내란이 87년체제의 한계가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나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쿠데타는 통치자가 보수적 시민사회 내의 극단적 인식과 요구를 자기화한 데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전광훈 등으로 상징되는 보수시민사회 내의 극단적 그룹의 인식과 요구를--제도정치 내의 기반이 거의 몰락해가는--윤석열이 수용하고 일체화되면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다원성은 시민사회 내의 다양한 분파(그리고 그 인식과 요구), 제도정당 내의 다양한 분파, 통치그룹 내의 다양한 분파가 상호분리되어 독자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의사파업 그룹처럼 시민사회 내의 이익갈등이 적대적으로 전개되고 해결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지루하게 전개되는 속에서, 이를 박멸해야 할 이익갈등으로,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다원적 민주주의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획일성을 넘어, 이런 다원성의 인정 위에서 정치를 행하고 국가적 의지를 결집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나아가, 이미 사회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다원성이 증대되어 있다. 사회경제적 기반의 변화는 이미 다원적 요소를 우리의 정치사회에도 인입하고 있다. 적대적 진영정치는 12.3쿠데타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토양이 될 수도 있다. 적대적이기까지 보이는 갈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공존의 정치가 가능한 국가-정치체계의 제도적 방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것은 국가통치와 정치에 대한 대중참여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의 대중적 개방화를 향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87년 체제의 대의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개방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의 진전은 결국 '헌법개정'과 연결된다. 탄핵의 국회 의결 이후, 헌재의 탄핵의결 시점까지, 탄핵의 관철을 위한 노력이 중심이 될 것이다. 헌법개정의 미니멈은 4년 중임제의 도입을 포함하여 권력분산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며, 맥시점은 후술하는 사회경제적 권리를 더욱 포괄적으로 헌법에 명시하는 것 등을 포함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정치의 모순 확대
다음으로 무엇보다, 공고화된 민주주의의 공고화의 위기는 언제나 대중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민생고이다. 정치가 이를 담아내지 못할 때, 그것은 다양한 정치적 반동들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지구화의 현 흐름은 모든 국민국가의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고, 격차와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서 트럼프 식의 폐쇄적 자국 우선주의나 영국의 브렉시크 같은 식의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서구의 경우 이런 사회경제적 불만이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정서로 왜곡되고 있다, 극우화되는 정치지도자들은 대중의 사회경제적 불만을 퇴행적인 방식으로 담아내고 정치자원화한다. 12.3 이후의 전환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지구적인 이런 사회경제적 불안정 현상에 대응하여, 더욱 전향적인 복지와 민생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구적인 민주주의의 퇴행의 시대에, 그리고 사회권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면, 우리가 세계사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단지 한국민주주의의 당면과제로 제기된 '다원적 민주주의'의 포용성과 더욱 철저한 사회경제적 개혁의 급진성을 조화시킬지 하는 것은 지난한 실천적 과제가 될 것이다.
*교육과 사회의 대전환
다음으로 사회적 대전환의 비전을 담아내는 87년 체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권의 확대로 이어지는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를 상쇄하지 못함으로써, 이미 많은 경제적 차원에서 확대된 불평등과 격차는 사회적·계급계층적 차원에서 '집단 분리'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육을 예로 들면, 부모 세대의 경제적 격차는 교육을 통해 자녀 세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산업화의 시기에, 교육은 모두에게 계층상승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부모세대는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자녀들의 교육에 매진하였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의 나라가 되었다. 수년 전에 주목받은 '스카이캐슬'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통해 획득된 부모의 경제적 자산이 자녀들의 교육투자에 올인되고 여기서 사교육이 창궐하며 사교육 과잉경쟁상태가 출현하였고, 이 살벌한 사교육 경쟁에 자녀들을 내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저출산이라는 선택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교육이 절망이 되어,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인구위기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추격과정에서의 우리들의 장점들이 관성처럼 확대되다보니, 이제 선진국이 된 지금에는 '대립물'로 전환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12.3을 계기로 시작된 거대한 변화가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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