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연정 붕괴에 신임투표 자청…연임은 힘들듯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회민주당·SPD)가 16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의회에서 불신임됐다.
숄츠 총리는 곧바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찾아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선이 내년 9월에서 2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독일 의회는 이날 숄츠 총리가 발의한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재적 733명 가운데 숄츠 총리가 속한 SPD 소속 의원들과 무소속 3명, 극우 독일대안당(AfD) 3명이 찬성 표를 던졌다.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신호등' 연립정부를 탈퇴한 자유민주당(FDP) 등 다른 야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했다. SPD와 함께 소수 연정에 남아 있는 녹색당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기권했다.
대통령은 3주 안에 의회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해산하면 60일 안에 총선이 치러진다. ZDF방송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 의견을 두루 들은 뒤 오는 27일께 조기총선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PD와 CDU·CSU 연합은 지난달 숄츠 총리가 신임투표를 거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히자 내년 2월23일을 총선일로 합의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이같은 일정에 동의했다.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하더라도 총선을 거쳐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숄츠 총리와 현 내각이 권한을 행사한다.
옛 서독 시절을 포함해 독일 총리가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의회 표결에 부친 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앞서 다섯 차례 신임투표 가운데 세 차례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으로 구성된 중도좌파 SPD와 녹색당, 친기업 우파 FDP의 신호등 연정을 이끌어 왔다. 이번 조기총선은 경제정책을 두고 연정 내 주류와 갈등을 빚던 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이 해임되고 FDP가 연정을 탈퇴한 데 따른 것이다.
숄츠 총리는 표결에 앞서 의회에 출석해 "몇 주에 걸친 FDP의 방해공작 때문에 연정을 더 끌고갈 수 없었다. 정치에 참여하려면 도덕적 자격이 필요하다"며 린드너 전 장관에게 연정 붕괴의 책임을 물었다.
원내 정당들은 각자 총리 후보를 선출하고 공약을 구체화하는 등 이미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SPD는 독일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지난해 폐지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독일산에 한해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중도우파 CDU·CSU는 불법 이민을 엄격히 차단하고 탈원전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공약에 담을 계획이다. AfD는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마르크화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숄츠 총리는 연임에 도전하고 있으나 전망은 어둡다. 지난 1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정당별 지지율은 CDU·CSU 연합 32%, AfD 19%, SPD 17%, 녹색당 13% 순이었다. CDU·CSU 연합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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