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국민의힘이 14일 한동훈 대표의 사퇴와 함께 6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또 한 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국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차기 대선 후보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도 함께 불거지면서, 당 내부는 물론 정치권 전반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대위원장 조만간 임명...중진 주호영 권영세 나경원 의원 유력
16일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이제 비대위 구성으로 당 수습에 나서야 한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신속한 비대위 구성을 강조했다. 이번 비대위는 6번째 국민의힘 비대위이자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5번째로,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은 조만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외부 인사가 아닌 중진 의원 또는 중진 출신 원외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경륜 있는 인사가 당의 안정적 운영과 대선 준비를 동시에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비대위원장 후보로 주호영, 권영세, 김기현, 나경원 의원이 유력하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원외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현 국민의힘 상임고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의 핵심 과제는 혼란에 빠진 당내 상황을 수습하고, 탄핵 정국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여권 내 분열이 심화된 가운데, 비대위가 갈등을 봉합하고 당내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힘 권한대행,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나 정국현안 논의키로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는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정국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첫 만남이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됐기에 상대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게 인사하는 것이 국회 관행"이라며 "18일 오후 민주당 대표실에서 이 대표와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 권한대행은 "앞서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인사 가겠다고 했는데 며칠 지나도 답이 없어서 '나를 대화 상대로 인정 안 하는 방증인가', '이렇게 독선적으로 의회 운영을 할 거면 왜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했나' 생각했다"면서도 "이 대표로부터는 다행히 답이 왔다"고 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한동훈 대표가 사퇴하면서 기존의 원내대표직과 함께 당 대표 역할을 맡게 됐는 데, 회담이 성사될 경우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사태로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권 권한대행이 이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 및 경찰청장의 조속한 임명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의 입장은 결이 달랐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만남은 회동이나 회담이 아닌 '예방'으로 봐야 한다"고 "확대해석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는 "회동이나 회담은 의제를 갖고서 만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취지가 아닌) 권 권한대행이 취임 인사를 위해 각 정당 대표와 만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의례적인 만남에 너무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거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한동훈 전 대표, 정치적 복귀 전망..."포기하지 않아"
이날 국민의힘 대표직을 사퇴한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에 사퇴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변화와 쇄신"을 내세워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웠고, 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도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
한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불법 계엄'이라는 점을 재차 명확히 하며, 국민의힘이 이를 막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의힘은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과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건, 산업화와 민주화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탄핵에 찬성한 것에 대해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만난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는 또 이날 서울 모처에서 친한계 의원 10여명과 2시간 가량 만찬을 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기에 이제 휴식을 취하고 싶다",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즉각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 요구할 것이다" 등 비상계엄 선포 직후 5차례에 걸쳐 밝힌 입장을 정리해 게시하기도 했다. 이는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자신의 행보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한 전 대표의 행보를 미뤄볼 때 그가 얼마간의 휴식기를 거쳐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에서 현실적으로 재기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져 보수층의 지지를 잃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거쳐야 할 당내 경선의 문턱을 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향후 윤 대통령을 향한 내란죄 수사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서 한 전 대표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훨씬 높은 상황에서 여권 내 이탈표를 끌어내 사실상 탄핵안 가결에 기여한 한 전 대표의 역할론이 시간이 지나며 재조명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그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적 조치'로 강하게 비판하고, 탄핵 정국에서 헌정 질서를 수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그의 원칙적 행보가 차기 대선 국면에서 그를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위기 돌파와 대선 준비 병행..."비대위 체제는 생존 건 시험대"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통해 위기 돌파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독자적 정치 행보와 당내 경선에서의 역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아가 비대위가 탄핵 정국을 어떻게 관리하며 당의 결속을 이끌어낼지가 향후 정치 지형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완료되기 전까지 국민의힘은 내부 정비와 외부 전략 모두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당의 운명이 비대위의 선택과 행보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대위 체제 전환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당의 생존을 건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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