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벚꽃’이냐 ‘장미’냐…조기대선 셈법 따지는 여야 잠룡들

[이슈] ‘벚꽃’이냐 ‘장미’냐…조기대선 셈법 따지는 여야 잠룡들

폴리뉴스 2024-12-16 22:58:03 신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4.12.14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4.12.14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문턱을 넘자 헌재의 결정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 실시여부와 일정, 그리고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헌재 결정 시기에 따라 각각 ‘벚꽃대선’, ‘장미대선’, ‘장마대선’ 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대선 시기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모양새다.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6일 당대표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군 중에서 지지율 수위를 지키고 있어 대선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빠른 대선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국정 안정과 계엄 사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책 마련에 나서며, 이 대표의 리더십 구축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범보수 인사로 평가되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헌재 선고까지... 盧 63일‧朴 91일 걸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4.12.16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4.12.16 [사진=연합뉴스]

조기대선 실시 여부와 시기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렸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헌재가 최장 180일의 심리기간을 모두 소진할 경우 내년 6월 11일 판결이 이뤄지고, 탄핵안 인용 시 헌법 68조(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거한다)에 따라 두 달 내 대선을 치르게 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늦어도 내년 8월에는 대선이 치러지는 셈이다.

이처럼 법이 정한 기한을 최대한 미루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날부터 약 240일이 주어지나 과거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면, 헌재는 ‘집중 심리’를 통해 선고를 180일보다 앞당겨 왔다.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국회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벚꽃대선, 야권에서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 

정치권에서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2017년 5월 19대 대선이 치러졌다는 점에서 21대 대선 시점을 내년 5월경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원하는 시나리오다. 대선 준비기간이 짧은 만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유력 대권주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고, ‘사법리스크’에 따른 재판 일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대선, 李 사법리스크 부각…여권에 유리할 수 있어 

헌재가 박 전 대통령 심리 기간과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두고 결론을 고민할 경우 5∼6월 ‘장미대선’도 가능하다. 

이미 헌법재판관 후보 3인(조한창·정계선·마은혁)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이고,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 18일 종료된다는 점도 변수다. 재판관 변동이 잦은 만큼 심리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여권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나리오다. 여권은 내년 상반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사건 상급심 선고 등이 이뤄진다고 보고,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장마대선, 심리 기간 다 채울 경우 7~8월 실시 될 수도 

법이 정한 심리 기간 180일을 모두 채운 뒤, 내년 6월 11일 헌재가 결론을 내릴 경우 대선은 장마와 폭염이 겹치는 7∼8월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될 경우 탄핵심판이 재판부의 재량으로 정지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법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이 이를 근거로 지연 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다. 

물론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조기 대선은 ‘없는 일’이 되고, 차기 대선은 2027년에 정상적으로 치러진다.

‘배신자’ 프레임 갇힌 한동훈, 대선 출마 나서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2.16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2.16 [사진=연합뉴스]

그간 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군 중에서 지지율 수위를 지켜온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6일 오전 당 대표에서 전격 사퇴하며 정치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친윤계 의원들은 '한동훈 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하며, 한 전 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냈지만 한 전 대표는 조기대선 출마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지자들과 만나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대권 도전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한 대표는 다음(차차기 대선)을 보지 않고 이번 대선 경선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3∼5일)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29% ▲한동훈 11% ▲조국 4% ▲오세훈·홍준표·김동연 각 3% ▲이준석·안철수 각 1%씩이었다. 국민의힘만 보면 한 전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안철수 의원을 앞서고 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검사 이미지가 겹치는 한 전 대표의 입지는 이전보다 확연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안철수 의원, 유승민·원희룡 전 의원 등이 대권후보로 꼽힌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통령 되시라’는 지지자의 응원에 "고맙습니다"라고 답해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몸풀기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해온 홍 시장은 한 대표 체제 붕괴에 앞장서면서 여당 새 판 짜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SNS를 통해 한동훈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 데 이어 이날 "헌재 심판과 수사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맡기자. 우리는 당 정비와 탄핵정국 수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윤석열, 한동훈)이 탄핵된 것이지 한국의 보수세력이 탄핵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에도 대권가도 ‘선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5 [사진=연합뉴스]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는 여당과 달리 민주당은 탄탄대로다. 탄핵 추진에 앞장선 이재명 대표는 사실상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곧바로 국정 안정과 계엄 사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수권 역량을 보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붕괴 수순인 국민의힘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국정 안정에 책임감을 갖고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 안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대권후보로서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이 대표의 민생·경제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곧 민생과 경제 회복에 앞장서 왔다. 지난 9일에는 용산역 철도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일주일간 이어져 온 철도 파업을 중재하는 등 한국철도공사와 노조 간의 최종적인 협상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특별자금 지원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현재 이 대표는 당권을 이미 장악한 상태로, 야권에서는 이 대표를 능가할 대권주자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의 지난 10일 차기 대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가 37%였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6%, 김동연 경기지사 3%,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1%였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어서 조기 대선이 언제 치러질 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6·3·3(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원칙에 따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은 내년 2월, 최종심은 5월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시기도 이르면 내년 4월 혹은 내년 5~6월로 예상되면서 재판 일정과 맞물리게 된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위증교사 혐의에 있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이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피선거권도 10년 간 제한된다. 공직선거법 최종 선고 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는 유리한 입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野 대권잠룡 ‘신(新) 3김’ 존재감 과시 

민주당 대권 잠룡들인 '신(新) 3김'(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은 14일 국회에서 두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하자 앞다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역사에 한 획을 그어주셨다"며 "오늘 국민이 그어주신 획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할 시간"이라며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민 앞에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연 지사도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강인한 회복력을 전세계에 보여주셨다. 내란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고 내란 수괴를 11일 만에 탄핵시켰다"며 "자랑스러운 국민들께서 이루신 결과"라고 평했다. 이어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우선 내란 수괴를 즉시 체포하고, 쿠데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는데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전 지사는 "국민과 국회가 과거로 돌아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잡았다. 소신 투표한 여당 의원들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며 "이것이 K-민주주의라는 자부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이다. 대통령은 여전히 망상에 사로잡혀 온 국민을 상대로 싸울 기세다. 우선 이번 사태 진상을 하나도 남김 없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그래야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준석 "조기 대선 출마 진지하게 검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범보수 인사로 평가되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기대선 출마 의사 관련 질문에 "1월 말 이후 탄핵 결과가 나오면 출마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기 위해선 만 40세에 달해야 한다. 또 대통령이 사망·사퇴·당선 무효가 되면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의원은 1985년 3월 31일생으로 만 39세다. 내년 1월 31일 전에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대선 출마 자격을 얻지 못하지만, 2월에 탄핵심판 결과가 나와 4월 이후 대선을 치르면 출마할 수 있다.

탄핵 정국 속 대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 의원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소수정당의 한계 극복을 위해 대선 어젠다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동시에, "본인의 선거법 재판의 신속 판결을 같이 외쳐주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함께 공격했다.

이 의원은 BBC 인터뷰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정말 힘들지만 꼭 한번 여기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며 40대 기수론을 내세웠다. 탄핵과 사법리스크 등으로 기존 정치권을 향한 국민 불신을 자극하며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을 '범보수인사'로 평가하고, 대선에서 힘을 합쳐야 할 대상으로 꼽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범야권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 의원의 강점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현재로서는 여야 모두 어느 후보가 대권후보로 출마하고, 누가 당선될 지가 불투명하기만 하다. 하지만 헌재 심판이 언제쯤 결론내려지느냐에 따라 여야 모두 대권후보 윤곽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어느 대선때보다도 대선 일정이나 후보 면면에 있어 변화무쌍하고, 변수가 많은 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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