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승승장구 하던 2024년 이커머스 시장은 멤버십 경쟁, 비용 절감, 플랫폼 규제 등 다양한 사건과 논쟁으로 요동쳤다.
특히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습 등으로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전례 없는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던 한 해였다. 반면, C커머스와 티메프 사태에도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쿠팡은 성장을 지속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 국내 이커머스와의 경쟁력 차이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큐텐발 대규모 정산 지연...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 위기
올해 이커머스 시장 최대 이슈는 큐텐 제국의 몰락이었다. 큐텐이 인수한 국내 이커머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 7월 협력사 정산금 지급을 순차적으로 지연하기 시작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결과적으로 카드결제가 막히면서 이들 플랫폼은 영업이 중단됐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티메프는 높은 적자와 자금난으로 인해 일부 사업 부문이 축소됐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티몬은 투자 유치와 함께 긴급 자금 확보를 위해 플랫폼 내 서비스 축소 및 마케팅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티몬은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위기를 맞았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 연합뉴스
특히 불안을 느낀 판매자들이 티메프와 거래를 끊으면서 영업은 중단됐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조차 없는 티메프는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피해 규모 1조5950억 원, 피해자는 50만 명에 달한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피해 복구의 길은 현재 요원한 상태다. 티메프 법정관리인은 회사를 매각하거나 영업을 재개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업계 전문가들은 티몬의 사례를 통해 중소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플랫폼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 없이 기존 모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이커머스의 생존 전략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요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롯데온, 11번가, SSG닷컴 등 주요 플랫폼들은 사옥을 이전하거나 예정으로, 임대료 절감에도 나선다. 동시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인건비 축소에 나섰다. 또한 SSG닷컴은 CJ대한통운과 협력해 물류센터 일부를 이관하는 등 비용 효율화를 위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은 사내 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의 다른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19년 법인 출범 이후 첫 희망퇴직으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창사 6년차인 회사에서 근속 2년 이상인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구조조정 범위가 넓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SSG닷컴은 내년 2월에 강남에서 영등포로 둥지를 옮긴다. 새 사옥은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KB영등포타워다. SSG닷컴은 자회사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과 함께 단독으로 해당 건물을 쓰게 된다.
SSG닷컴의 사옥 이전은 약 2년 반 만이다. 2018년 이마트에서 분리돼 별도 법인이 된 SSG닷컴은 종로 센트로폴리스에 있다가 지난 2022년 7월 자회사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과 함께 역삼동 센터필드로 본사를 옮긴 바 있다.
롯데온도 사옥 이전, 상품군 구성 조정 등을 단행한 데 이어 최근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지난 13일 롯데쇼핑은 통합 e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이 이날 오후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엔 특히 굵직한 자구책을 이행했다. 지난 6월 근속 3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지난 7월엔 본사를 기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건물로 옮겼다.
11번가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3월 두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사옥을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했다.
◆'알리·테무' C커머스 강세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비용절감과 수익성 제고에 나선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기반 C커머스 플랫폼들은 초저가 공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더욱 압박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C커머스는 각종 유해성 논란에도 지난해 초 한국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뒤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관 와이즈앱의 '2024 모바일앱 총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월평균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 기준으로 알리익스프레스는 2위를 차지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 © 연합뉴스
알리는 전년 대비 68% 성장해 월평균 사용자 수 848만명을, 테무는 179% 성장해 721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11번가‧G마켓‧옥션의 경우 사용자 수가 감소했다.
알리‧테무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초저가 전략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 침투했다.
끊이지 않는 유해성 논란과 공정당국의 압박으로 성장세는 한풀 꺾였지만 불황 여파로 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심리를 파고든 전략이 적중하면서 C커머스의 이용자 수와 거래액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내 투자를 확대하며 온라인 쇼핑 사용자의 절반 가량인 1700만명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엔 물류센터를 본격적으로 건립할 방침이다.
알리가 밝힌 새로운 한국 시장 공략 전략인 '역직구'도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 라자다(동남아)와 타오바오(중국)를 통해 한국 제조기업들의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 사업에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현재 알리바바가 진출한 국가는 180여개국에 달한다. 알리가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면 국내 직구와 오픈마켓 사업 뿐 아니라, 해외 역직구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지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 쏠림 현장 지속...국내 이커머스 양극화
티메프 사태와 C커머스의 공세에도 쿠팡의 이용자 수는 더욱 늘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 9월 기준 약 3211만 명으로 전월(3183만 명) 대비 약 0.9% 증가했다. 대한민국 전 국민 5000만 명 중 절반 이상, 5명 중 3명이 매월 쿠팡을 이용하는 셈이다.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 가입자 수도 1400만 명에 이른다. 쿠팡이 와우 월회비를 8월에 기존보다 2배 가까이(4980→7890원) 올렸지만, 그에 따른 고객 이탈 상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 월회비 인상에도 고객들이 쉽사리 탈(脫)쿠팡을 못하는 것이다.
쿠팡 사옥 전경. © 쿠팡
이커머스업계의 쿠팡 쏠림 현상은 티메프 사태를 겪으면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중소 유통플랫폼들은 연쇄 도산을 하고 있다. 가구, 가전제품 전문 유통플랫폼 알렛츠(ALLETS)가 8월 말을 "부득이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폐업했다. NHN도 국내 최초 디자인 상품 쇼핑몰 1300K를 비롯한 4개 플랫폼도 지난 9월30일 영업을 종료했다.
쿠팡 쏠림 현상이 지속되며 쿠팡의 3분기 매출은 10조6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해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9% 신장해 영업손실을 낸 2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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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전쟁 본격화...내년 이커머스 시장 불확실성 확대
2024년 이커머스 업계는 멤버십 경쟁이 치열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요금을 58% 인상했음에도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 이에 맞서 SSG닷컴은 신규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클럽'을 출시하고, 연회비를 대폭 할인하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지마켓과 옥션도 유료 멤버십 가격을 84% 할인하며 1년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았다.
컬리 역시 새로운 '컬리멤버스'를 선보이며 유료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커머스 업계는 이러한 멤버십 확대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편 티메프 사태, C커머스 공세 속에 어려운 한 해를 보냈던 이커머스 업계는 내년에도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며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금융투자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나 매각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특히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던 업체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에 나서도 제대로 된 몸값을 인정받기가 사실상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기업공개를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은 컬리, 쓱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이 꼽힌다. 이미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작년 초 기업공개를 추진하다가 기대보다 낮은 몸값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인수합병(M&A)시장도 한파가 예상되면서 11번가도 새 주인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앞서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402340)는 지난해말 11번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동안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중이다. 현재는 인수 후보군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커지는 C커머스의 공습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입지가 올해보다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글로벌 C커머스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플랫폼들도 새로운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은 기술 혁신과 규제 강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커머스 업계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과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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