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시리아와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골란 고원 내 비무장 완충지대 및 시리아 영토 내 여러 거점을 장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후 시리아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자국 군에게 해당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헤르몬 산에서 올겨울 내내 지낼 준비를 하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골란 고원 점령에 대해 여러 아랍 국가들은 비난하고 나섰다.
골란 고원이란 무엇이며, 누가 점령하고 있나?
골란 고원은 시리아 남서부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고원으로, 지난 반세기 이상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다.
1967년 중동 전쟁(제3차 중동 전쟁) 당시 시리아는 이 골란 고원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폭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신속히 반격해 이곳에서 시리아군을 몰아내고, 골란고원 내 약 1200㎢에 달하는 영토를 차지해 현재까지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시리아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으로 골란 고원을 탈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던 1974년, 양측은 휴전 협정을 맺어 '분리 지대'라고 불리는 80km 길이의 완충 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서는 군대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이곳에 주둔하며 양측이 잘 준수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1981년,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 지역을 합병하며 통제하기 시작하는 한편 정착민들을 이곳에 보내 집을 짓게 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주권 주장에 대해 미국을 제외한 국제 사회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 당국의 기존 입장을 깨뜨렸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골란 전역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11월, 이스라엘은 '분리 지대'를 따라 참호를 구축하면서 시리아와 UN의 불만을 샀다. 일부 참호는 완충 지대를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란 고원이 중요한 이유는?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을 장악했던 1948년~1967년 사이 이스라엘 북부 전역을 정기적으로 포격하곤 했다.
이 지역의 최고봉은 해발 2814m에 이르는 헤르몬 산(아랍어로는 '자발 알-샤이크'이다).
맑은 날에는 산 정상에서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60km 떨어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시리아 남부 지역 대부분이 내려다보인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점령한다면 육안 및 레이더로 시리아 군대의 움직임을 수월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원까지의 경사는 만약 시리아가 과거 1973년 그랬듯 군사적으로 공격해올 경우 이스라엘에 자연적으로 훌륭한 완충지가 돼 줄 수 있다.
아울러 골란고원은 보통 건조한 이 지역에서 주요 식수 공급원이기도 하다. 골란 고원에 내린 빗물은 요르단강으로 흘러들어 주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포도밭, 과수원, 가축을 키우는 목초지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 평화 협상을 가로막던 주요 장애물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1967년 이전 국경을 지켜 아예 이곳에서 군사를 철수하라는 시리아 측의 요구였다.
이렇게 되면 시리아는 갈릴리 호수(히브리어로는 '키레넷 호수', 아랍어로는 '티베리아스 호수'라고 부른다) 동쪽 지역을 전부 통제하게 되며, 이스라엘은 주요 식수 공급원을 잃게 된다. 이스라엘은 국경이 갈릴리 호수 동쪽에서 더 멀리 떨어져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는 골란 고원은 전략적으로 되돌려주기에는 너무나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기에 계속 유지하자는 여론이 우세하다.
골란 고원에는 누가 살고 있나?
골란 고원에 거주하는 아랍계 시리아 주민 대부분은 1967년 전쟁 당시 이미 이 지역을 떠난 상태다.
현재 골란 지역에는 이스라엘 정착촌 약 30곳이 존재하며, 총 2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인들은 1967년 분쟁이 끝난 직후부터 정착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나,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들 이스라엘 정착민과 함께 시리아인도 약 2만 명 정도 이곳에 살고 있다. 대부분 고원이 점령당했을 때 도망가지 않았던 드루즈 종파(이슬람교 시아파 분파) 소속이다.
시리아 측은 원래 자신들의 땅이었기에 반드시 다시 수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 고원이 자국 방어를 위한 요충지임으로 영원히 손안에 넣고 있겠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시리아군이 반군에 맞서고자 원래 지키고 있던 골란 고원 내 주둔지에서 이탈하자 이스라엘은 이곳에 군대를 보내 골란고원 내 비무장 완충지대를 장악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IDF) 지휘관들 또한 자국군이 골란고원의 비무장 완충지대를 넘어 작전을 펼치고 있음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대해 "적절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임시적인 방어 태세"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시리아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과 이웃으로서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스라엘 국가와 우리 국경을 지키기 위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이스라엘 측은 일시적으로 완충지대를 점령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카츠 국방부 장관은 헤르몬 산에 있는 자국군을 향해 올겨울 내내 그곳에 머물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카츠 장관은 성명을 통해 "현재 시리아 내부 상황으로 인해 헤르몬 산 점령은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악천후에서도 군대가 그곳에 머물 수 있도록 IDF는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랍 국가들은 성명을 통해 일제히 이스라엘의 비무장 완충 지대 점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집트 외무부는 지난 10일 "시리아 영토에 대한 점령 행위이자, 1974년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반군이 시리아를 점령하면서 1974년 협정이 "붕괴"했기에 이스라엘은 자국 국경을 지키고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런던 소재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채텀 하우스'의 요시 메켈버그 교수는 "시리아는 해당 협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보장하고자 이처럼 선제적 조치에 나섰으나, 군사 행동의 명분(casus belli)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영국 소재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서비스연구소(RUSI)'의 H. A. 헬리어 박사는 시리아 반정부 단체가 단기간에 골란 고원을 탈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봤다. "이스라엘과 새로운 분쟁을 일으키기에는 집중해야 할 국내 문제도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메켈버그 교수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침공이 향후 들어설 시리아 정부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이번 작전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새로 들어설 정권과 친구가 될 방법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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