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오르기 전에 사세요"…불황 치인 명품업, 절판 마케팅 속속

"가격 오르기 전에 사세요"…불황 치인 명품업, 절판 마케팅 속속

르데스크 2024-12-16 17:33:33 신고

3줄요약

명품업계가 내년 가격 인상을 명분으로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구매를 권유하는 등 절판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속에서도 명품업계는 가격을 낮추지 않고 오히려 가격 인상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을 유치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6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태그호이어 등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내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날짜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고객들에게 "가격이 인상될 것이니 최대한 빨리 구매하시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가격 인상을 명목으로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문자를 받은 소비자들은 명품업계의 콧대 높은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겠단 반응이다. 연말 할인 이벤트가 아닌 '가격 인상'을 명목으로 명품을 구매하란 메시지가 일종의 협박으로도 들린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명품업계가 '절판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다고 분석한다. 절판 마케팅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더 이상 출시하지 않거나, 상품 변경을 앞두고 있을 때 '절판'을 이유로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보험사 업체들이 주로 사용한다. 


태그호이어 가격 인상 문자를 받은 김영모(32) 씨는 "문자를 처음 받았을 때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니 빨리 구매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보통 고객 메시지는 할인을 하거나 이벤트를 할 때 보내주는 것인데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란 생각까지 들었다"고 지적했다. 태그호이어뿐만 아니라 IWC와 그랜드세이코 등 다른 명품 시계 업체들도 가격 인상 전 고객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브랜드 차원이 아닌 매장의 영업 직원 차원에서 이뤄진고 설명한다. 업체가 직접 나서기 보다 영업 사원이 본인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관리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김 씨가 받은 문자 또한 브랜드가 아닌 개인 매장 사원이 직접 보낸 메시지로 나타났다.

 

▲ 태그호이어 매장이 보낸 마켓팅 문자. [사진=독자제공]

 

업계에서는 명품업계가 불황 직격탄을 맞은 만큼 영업사원들이 판매를 위해 절판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관계자는 "명품매장 영업사원들은 판매 실적에 따른 보너스가 있기에 불황 속 판매를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고 있다"며 "과거 명품 대란이었을 때는 알려주지 않았을 인상 정보까지 알려주는 것은 그만큼 명품업계가 힘들 다는 것을 반증하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을 볼모로 소비자 구매를 이끌어 내려는 것은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르데스크가 직접 백화점 명품 브랜드 매장들을 돌아본 결과,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유명 브랜드 직원들이 '오늘이 가장 싸다'고 말하며 구 절판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명품 매장 직원들은 본사의 확실한 인상 계획을 알지 못하면서도 연초에 보통 인상을 해왔으니 지금 구매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샤넬 매장의 한 직원은 "인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본사가 알려주기 전까진 알 수 없으나 보통 연초에 인상을 해왔다"며 "또 명품 가격이 내려갈 일은 절대 없는 만큼 오늘이 가장 저렴한 날인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 매장의 한 직원 또한 "본사에서 가격 지침을 당일 알려주기 때문에 사전에 고객들에게 미리 알려드리긴 힘들지만 조만간 분명 한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으니 원하는 제품은 미리 선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명품업계는 2년전 호황을 떠올리기 무색할 정도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022년 이후 명품 브랜드 고객 숫자가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약 5000만명 가량의 소비자가 이탈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명품업계는 가격만큼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명품업계의 절판 마케팅으로 수요와 공급을 이겨내기란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보통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면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며 "그런데 명품업계는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기묘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가격인상 전 구매를 대단한 듯이 포장하는 것은 명품업계가 국내 소비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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