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티눈 수술보험금 지급 굴레에 갇힌 모양새다. 티눈 관련 올해 대법원 판결에서 심리불속행기각이 확정되면서 최종 패소했기 때문이다.
패소에 결정적인 배경이 된 건 약관으로 해당 보험의 피보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해당 보험 약관상 티눈은 피부질환수술비 담보로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어서다.
약관 차이는 있지만 보험업계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피부질환 면책약정이 있거나 피보험자의 보험금 부정 취득 여부에 따라 보험사에도 승소 가능성은 있다.
대법, 지난 6월 티눈 치료 약관상 수술로 인정
대법원은 지난 6월 13일 티눈 치료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보험 약관상 수술로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수술로 인정한 판결을 메리츠화재가 상고로 불복했지만 이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심절차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상고를 판결로 기각하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는 결정이다. 이는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판결 이유가 나오지 않지만 2심 판결을 인정하는 셈으로 법원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원고인 고객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인 A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16회 차례 티눈 및 굳은살 진단과 함께 이를 제거하기 위한 냉동응고술을 받았다. 메리츠화재는 이중 85회까지는 총 8500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이후에는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메리츠화재가 돈을 주지 않는 근거로 내세운 건 피부질환수술비보장 특별약관 제4조다. 사측은 냉동응고술이 액화질소를 이용해 병변부위를 동결시켜 제거하는 것으로 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이나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수술로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급 문제의 발단이 된 2019년 8월경 이전까지는 해당 특별약관에서 정하는 냉동응고술로 보험금을 받았고 이는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에 해당하기에 보험사가 지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술 쟁점도 면책약정 부재도 보험사에 불리
문제는 치료가 수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경우 보험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티눈이 피부질환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위 제4조엔 ‘수술’이 피부질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기구를 사용해 생체 절단, 절제 등 조작을 가하는 행위임이 명시돼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앞서 유사한 소송들에서도 주로 해당 치료 방법이 수술보험금 지급대상인 ‘수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돼왔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한 법원 판단으론 보험사 패소 사례가 다수였다.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약관상 피부질환 면책약정이 있는 경우 메리츠화재에 유리할 수도 있었으나 위 소송 관련 약관에는 없었던 걸로 파악된다. 법원은 보험약관에 ‘주근깨, 다모, 무모, 백모증, 딸기코(주사비), 점, 모반, 사마귀, 여드름, 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을 면책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위와 다른 판례에서 티눈도 면책약정에서 말하는 피부질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밖에도 A씨가 제기한 메리츠화재 소송건의 경우 법원은 원고가 고의로 티눈을 유발한 것이나 그 발생을 예견하면서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보험금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순 없다며 보험금 지급책임이 면책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더 나아가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수술 횟수가 제한돼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보험자 부정 취득 목적 여부, 향후 쟁점 될 수
관련 청구를 앞둔 보험 고객으로서는 희소식이나 이와 같은 결과가 사측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메리츠화재의 피부질환수술비 담보특약은 피보험자가 수술 1회당 100만원씩 지급을 받을 수 있게끔 구성돼 보험사로서는 손해율 타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에게 방어책이 없는 건 아니다. 위 언급한 면책약정이 대표적이다. A씨 판례는 최근 사례인 만큼 유사 분쟁에서 활용될 선례가 될 수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듯 피부질환에 대한 면책약정이 없었던 게 결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해당 면책약정은 주로 2018년 이후 대다수 보험사 약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손해와보험연구소 김빛나 손해사정사는 메리츠화재 사례의 경우 피부질환수술비 담보에 면책규정이 없었으나 최근 계약된 대부분의 보험사 질병수술비 담보에는 피부질환에 대한 면책규정이 포함돼있다는 설명이다.
김 손해사정사는 더리브스 질의에 “과거에는 티눈이 마찰과 압력으로 발생하고 사마귀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생긴다는 차이점이 강조됐으나 최근 판례에서는 증상의 유사성, 동일한 치료방법,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동일한 수가 산정 기준 등을 근거로 티눈을 면책규정에 포함된 피부질환으로 보고 있다”며 “이와 같은 해석은 올해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약정이 없어 보험사가 보험금을 속수무책으로 내줘야 하는 경우에도 소비자가 부정 취득하려던 의도가 있는지를 판단 받아 방어할 수 있다. 지난해 5월엔 단기간 18건의 정액보장 보험에 가입한 후 티눈 치료로 5개 보험사로부터 3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고객에게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되는 판례가 최초로 나왔다.
해당 고객과 보험사들 간 2017년부터 8건의 소송이 진행된 결과 첫 4건은 보험사가 패소했지만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보험사 승소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 양승현 연구원은 “각 소송에서 여러 쟁점이 다퉈졌으나 보험사의 승패를 좌우한 건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 보험 가입으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무효로 볼 건지였다”고 말했다.
업계는 티눈 수술의 경우 사실상 보험을 잘 아는 업계 종사자 및 보험설계사들을 중심으로 과다 청구가 이뤄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온 측면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보험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선량한 대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 여부는 활용될 만한 근거다.
한편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면책 약관 등 추가된 내용은 없고 다른 건도 보험금은 지급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보험에는 해당 면책약관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없다”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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