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에 그린 호랑이·가판대 건어…이건희컬렉션의 전북 작가들

비단에 그린 호랑이·가판대 건어…이건희컬렉션의 전북 작가들

연합뉴스 2024-12-16 15:01:47 신고

3줄요약

지역 특색 살린 전시에 한 달간 2만1천명 방문…전시 2월 9일까지

황종화, 맹호 황종화, 맹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건희컬렉션.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날카롭게 뻗은 호랑이의 이빨.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한 올 한 올 그어낸 세밀한 털.

비단에 호랑이를 그려낸 황종하의 작품 '맹호'다.

'황씨 사형제' 중 맏이인 황종하는 1887년 개성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문화와 소비가 활발한 군산으로 내려왔다.

황종하는 맹렬한 호랑이의 움직임을 포착한 그림을 즐겨 그렸는데, 그의 작품을 포함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했던 그림들이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 선물'은 5개의 전시실로 꾸며졌다.

이 중 3, 4전시실은 전북 출신이거나 전북과 인연이 있는 작가 12명의 45개 작품으로 채워졌다.

특히 '맹호'는 이전 다른 지역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에서는 소개되지 않고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16일 도립미술관은 밝혔다.

박래현의 '정물' 감상하는 관람객 박래현의 '정물' 감상하는 관람객

[촬영 나보배]

3전시실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작품은 김기창과 그의 부인 박래현의 그림이다.

1946년 결혼한 두 사람은 1951년부터 약 3년간 군산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이때 두 작가는 입체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작품을 시도했는데 '정물'은 박래현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주요 대상인 건어를 왼쪽 아래에 배치하고 붉은색과 옅은 회색 면으로 가판대를 단순화한 게 특징이다.

도립미술관은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의 화풍이 군산에서 시작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란히 걸린 이응노의 '대죽'(왼쪽)과 '분난' 나란히 걸린 이응노의 '대죽'(왼쪽)과 '분난'

[촬영 나보배]

군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장면을 연상시키는 '군상' 시리즈로 유명한 이응노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응노는 5·18민주항쟁을 지켜보면서 비통한 마음을 작품에 담아낸 작가다.

이응노 작가는 대나무와 함께 일생을 산 작가이기도 했는데, '분난'과 '대죽'은 모두 비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숲의 움직임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제작됐다.

이응노 작가가 큰 영감을 받으며 거닐던 대나무숲이 있던 곳은 현재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이다.

도립미술관은 관람객들이 대나무숲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변화무쌍한 대나무의 색깔에 사로잡힌 이응노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 한 작품은 액자에, 한 작품은 족자에 걸어 전시 중이다.

장욱진 '가족도'에 대해 설명하는 이애선 전북도립미술관장 장욱진 '가족도'에 대해 설명하는 이애선 전북도립미술관장

[촬영 나보배]

이외에도 1∼2전시실에서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중섭과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유영국 등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1전시실은 이중섭의 대표적인 은지화인 '오줌싸는 아이',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차분하게 그려낸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그의 작품 13개만으로 꾸며 제주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을 옮겨놓은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2전시실에 걸린 물감을 콘크리트처럼 두껍게 형성해 독특한 질감을 창조해낸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과 가족을 사랑했던 작가 장욱진의 '가족도' 등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광주, 부산, 제주 등에 이어 전주에서 지난달 15일부터 열리는 이건희컬렉션에는 한 달간 2만1천5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애선 전북도립미술관장은 "평소 책이나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들을 직접 만날 소중한 기회"라며 "많은 분이 오셔서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warm@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