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가공센터 설립해 급속냉동식품 생산, 전국 유통
향후 5년간 이전 5년보다 43% 많은 3조1천930억원 투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도는 지난 4월 23일 '디지털 과학영농, 제주농업 대도약'이라는 제주농업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미래 비전의 목표는 '농산업시스템 대전환과 지속 가능한 청정농업'이다.
6대 추진 전략으로 전국 최초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 제주형 농업관측 및 공공데이터센터 설치, 푸드테크 기반 제주농산물 가공식품산업 육성, 차세대 감귤산업 육성,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 확대로 농업소득 증대, 친환경 탄소중립 농업 기반 확대를 제시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7개 품목 생산자연합회가 수많은 토론을 거치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역량을 보고 제주농업이 일본보다 앞설 수 있고, 유럽의 어는 지역보다 더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농산물 푸드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고, 제주농산물 가격 안정제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적인 제주농업의 비전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농산물 수급 안정 통합정책을 추진할 농민 연합체인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를 지원하는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와 제주농업기술원 산하 농업디지털센터가 동시에 문을 열었다.
이로써 농업디지털센터가 구축한 농산물 생산과 유통, 시장 동향 등 35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를 통해 자율적인 수급관리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 농민의 적극적 참여가 성공의 열쇠
전국 처음으로 제주에서 농민 중심의 농산물 수급관리 체계가 완성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인 점은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 제도가 겉으로는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약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농민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사)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와 (사)한국여성농업인제주도연합회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에게 농정 공약을 제안했다.
당시 제안서의 농산물 수급관리 관련 제안은 농축산물 수급·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 제도 개선,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2가지로 볼 수 있다.
오 지사 당선 이후 인수위 논의를 거치며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설립이 10대 핵심공약 중 하나로 제시됐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제주농업 대전환을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얼마나 많은 농민이 이 제도에 동의하고 참여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적 지원에 힘입어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 제도의 사령탑인 사단법인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됐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에는 감귤, 당근, 월동무(겨울무), 양배추, 브로콜리, 마늘, 양파 등 7개 품목연합회와 5개 품목농협협의회가 참여했다.
감귤, 마늘, 양파연합회는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무자조금을 설치한 단체로, 농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이나 유통구조 개선 등을 위한 정부(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4개 품목연합회는 제주도(지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주형 자조금 단체다.
의무자조금은 정부와 단체 가입 농민이 50대 50 비율로, 제주형 자조금은 제주도와 농민이 50대 50 비율로 각각 조성한다.
자조금은 대체로 과잉 생산에 따른 산지 폐기 등 수급 안정을 위한 각종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16일 현재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가 파악한 품목별 생산자단체 회원 수를 보면 재배 농민이 가장 많은 감귤의 경우 2만1천171명 중 90.9%인 1만9천260명이다.
마늘은 3천995명 중 3천642명(91.2%), 양파는 1천182명 중 1천135명(96%), 당근은 1천105명 중 1천7명(91.1%)이다.
그러나 월동무는 2천588명 중 불과 22.5%인 583명만 가입했다. 브로콜리는 1천321명 중 586명(44.4%), 양배추는 1천484명 중 853명(57.5%)이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는 오는 2026년까지 품목별로 평균 80% 이상 농민이 생산자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자율적 수급관리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 밭작물 재배·출하 신고제와 농산물 가공센터 설립
제주도는 자율적 수급 안정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참여 농가 확대가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 수급 안정 사업 참여 여부에 따라 각종 행정 보조사업에서 차별 지원할 방침이다.
밭작물 재배 신고제와 출하 신고제도 운용할 계획이다. 현재 감귤만 조례로 신고가 의무화돼 있다.
품목별 재배 면적과 출하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인 수급 관리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제에 동참한 농가에 대해서는 보조사업 시행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참여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자조금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지원해 무임승차 논란이 있었으나 이제 과감히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도는 또 대규모 농산물 스마트 가공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제주가 월동채소의 최대 주산지라는 이점을 살려 가공용 원물을 산지에서 곧바로 조달해 가공한 뒤 개별급속냉동(IQF) 식품 위주로 전국에 유통함으로써 과잉 생산 품목 등의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최근 제시된 용역업체의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센터의 건축면적은 5천851㎡이고, 연간 생산량은 3만5천t이다. 고용 인력은 100여명이다.
보고서는 가공센터 설립 초기 1∼2년 차에는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확장기인 3∼4년 차에는 기업 대 개인(B2C) 시장으로 확대해 연간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5년 차 이후 안정기에는 냉동식품 시장의 확대 등을 통해 연매출액 1천4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제주 농산물 가공시장의 미래 모습으로 초기 IQF 중심 사업에서 냉동원료로 샐러드, 구이, 주스, 반찬 등을 생산하는 클러스터 사업으로의 확장하는 그림을 그렸다.
중국산 수입 대체를 통한 국내시장 확보에 이어 중국산 냉동 농산물의 최대 시장인 일본 수출로 확대하고, 가공용 품종을 도입해 원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제주형 IQF 소품종 대량 생산 체계로 미래 지향적인 원료형 가공 인프라를 구축할 것도 제안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수립한 법정계획인 '제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5년 동안 3조1천9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5년간 농업 분야 총예산 2조2천313억원보다 43% 증가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생산자 조합인 제스프리나 스위스의 과실생산자연맹(SOV)처럼 생산자가 농산물 가격 결정권을 갖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제주농업 대전환의 여정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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