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수출 경쟁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1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한 '10대 수출 품목의 글로벌 경쟁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의 수출경합도 지수를 분석한 결과, 현재 한국과 가장 높은 수출경합도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으로, 그 수치가 7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2019년 대비 경합 수준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국과의 경합도가 32.5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미중 갈등의 수혜국으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이곳으로 제조 거점을 확장하고 있다. 대만 TSMC의 계열사인 뱅가드 국제 반도체 그룹은 싱가포르에 78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도 싱가포르에서 4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말레이시아 또한 세계 반도체 수출 5위 국가로,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의 13%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과의 수출경합도는 올해 3분기 50.5로 2019년 대비 6포인트 상승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떠오르며,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큰 수혜를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의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 외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은 전기·전자 산업 경쟁력이 우수하고 해외 투자 유입이 활발하다.
이들 3국의 반도체 산업은 최대 수출 산업으로, 2022년 기준 이들 3국이 세계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 달한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연평균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각각 10.7%, 27.3%로, 한국의 9.3%와 비교할 때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페낭 지역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활발한 투자 유치로 주목받고 있으며, 아세안 3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미국의 대중 압박을 피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수는 기존 16개에서 55개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법인세 감면과 기술 및 인력 양성을 통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출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트라는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후공정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진출을 확대할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아세안은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고 있으며, 한국의 후공정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를 위해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중 갈등 속에서 안정적인 수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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