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동차 손잡이. / 뉴스1
느닷없이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려 옥살이할 뻔한 할아버지의 억울한 사연이 뒤늦게 온라인에서 조명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포모스에 '지하철에서 실수로 여성의 손을 잡은 남성의 최후'라는 제목으로 해당 남성에 관한 판결문 일부가 소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남성 A 씨는 2018년 7월 19일 오후 6시경에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역에서 숭실대입구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전동차에서 29살의 여성 B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가 경찰에 신고했고 검사가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긴 거였다.
양손으로 기둥을 잡고 서 있던 B 씨의 뒤에서 A 씨가 갑자기 B 씨의 왼손을 쓸면서 만졌다는 게 혐의 내용이었다. 만진 시간은 3~5초였다.
A 씨도 잡은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지하철이 흔들려 기둥 손잡이를 잡으면서 B 씨의 손을 3~5초간 잡게 된 것일 뿐 추행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판결문 조각만 담긴 게시물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A 씨는 당시 84세 할아버지였다는 소문이 나돈다. 사건 당시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었다고 한다.
흔들린 열차에서 균형을 잡으려다 벌어진 사고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판사의 판결은 A 씨를 성추행범으로 본 검사의 판단과 달랐다.
2019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검사의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번 실수로 엉뚱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려 꼼짝없이 감방 신세를 질뻔했던 할아버지는 십년감수했다.
이 사건과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무고죄 발생 건수는 2017년 3690건에서 2022년 4976건으로 6년 만에 약 35% 증가했다.
연도별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4212건 △2019년 4159건 △2020년 4685건 △2021년 4133건으로 매년 4000건 대를 웃돌았다.
처벌 수위가 가벼워 무고죄 발생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고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은 이보다 약하게 이뤄진다.
대검찰청이 2022년 발간한 '사법질서 저해 사범(무고·위증)의 양형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에서 2021년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자유형(금고·징역형) 선고 평균 형량은 9.13개월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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