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비밀유지 위반·미공개정보 이용 의혹”…고려아연, 금감원에 진정

고려아연이 MBK 비밀유지계약 위반과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비밀유지계약(NDA)을 어기고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고려아연을 적대적 M&A에 나선 것으로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MBK의 경영권 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MBK NDA 위반과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MBK는 2년 전 고려아연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검토했다. 당시 고려아연 측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자료를 제공받고 투자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때 양사가 체결한 NDA는 지난 5월에 종료됐다. 그런데 MBK는 올해 영풍과 협력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당시 투자 검토용으로 제공받은 내부 자료를 활용해 MBK가 적대적 M&A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 측이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및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112페이지에 달하는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고 이 정보를 적대적 M&A에 활용해 시장 안정과 거래 질서를 해친 것으로 의심된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전반적 조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해당 법인의 주요 종사자들을 성명불상자로 기재해 진정하면서, MBK 소속으로 각종 위법행위 실행을 결정한 사람, 그 실행을 지시한 사람과 그러한 지시에 따라 위법행위를 수행한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고려아연은 바이아웃 부문 대표로서 이 사건 공개매수에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김광일 부회장과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 서명 당사자인 MBK HK의 민병석 최고운영책임자,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 대표인 부재훈 부회장, MBK의 모든 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피진정인 김병주 회장이 고려아연 기업가치에 대한 중요한 비밀정보를 이 사건 공개매수에 활용하도록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MBK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제174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미공개중요정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 실적 등 투자자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정보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 내용을 말한다.

고려아연 관계자에 따르면 112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자료에는 외부에 단 한 번도 공시된 적이 없고, 고려아연의 전략·가치에 대한 여러 중요한 내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최근 고려아연은 공개적으로 MBK파트너스가 당시 투자 검토용으로 제공받은 내부 자료를 활용해  공격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당시 고려아연 투자를 검토했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과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바이아웃' 부문이 상호 정보교류가 차단된 채 운영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의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