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 : 니가 지금 원하는 게 뭐야? 복수지.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내는 정의를 원한다. 대한민국 검사니까. ××. (후략)
- 안상구 조폭(이병헌 분) : (웃음) 아이고 아이고, 검사 양반. 참말로 웃긴 데가 있구먼. 시방 무슨 뭐? 저기 존 웨인이다 이거여. 정의? 대한민국에 여적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후략)
그런 달콤한 것, 아직 있습니다. 보일듯말듯 잡힐듯말듯 하지만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낫겠다는 믿음입니다. 우민호 감독의 2015년작 영화 ≪내부자들≫은 안상구의 걸쭉∼한 호남 사투리로 관객들에게 다시한번 '정의'를 생각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때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강의를 모아놓은 서적입니다. 사람들이 이 강의집을 집어든 것이 정의를 몰라서였을까요? 아니면 정의에 목말라서였을까요? '여적' 모르겠습니다만, 둘 다일 거라 답해야 안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갈증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혐의를 지울 수 없습니다.
정의의 첫번째 풀이로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사전은 제시합니다. 바른 의의(意義)가 두번째입니다. 철학 용어라며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나 <플라톤의 철학에서 지혜ㆍ용기ㆍ절제의 완전한 조화를 이르는 말>이라고 덧붙입니다.
당장 플라톤의 고전 『국가』(폴리테이아)에 '출연한' 트라시마코스는 '아이고, 여적 그런 달달한 게 있는가' 하고 비웃습니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일 뿐인데, 하면서요. 게다가 너무 늦게 실현된다고 사람들은 한탄합니다. 그럼, 또 너무 늦어서 정의가 정의가 아니게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트라시마코스의 세계에서는 나쁜 짓도 규모가 크면 칭송을 받습니다. 소매치기는 멸시를 받지만 신전 도굴꾼은 찬양을 받습니다. 트라시마코스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정의는 드물게 나타나는 기적일지 모릅니다. 기적이 단골손님이면 좋을 텐데요. 정의가 없는 국가는 대규모 도적 떼라는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경고를 떠올리면 단골손님은 숫자도 많아야 합니다.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서 국왕인 아버지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아들은 말합니다. "당신 의견만 옳고 다른 사람은 무조건 틀렸다는 한 가지 생각만 고집하지 마십시오. 백성들은 하나같이 아버지의 명령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왕은 반문합니다. "내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백성들이 지시해야 하는가? (후략)". 아들은 다시 못 박습니다. "한 사람만을 위한 국가는 국가라 할 수 없습니다." 늘 그렇지만 청년들이 미래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저자 쉬번 역자 강란, 『인문고전 공부법』, 중앙북스, 2017 (유통사 교보문고, 전자책)
2. 지은이 앨런 라이언 옮긴이 남경태 이광일, 『정치사상사』(ON POLITICS, A History of Political Thought from Herodotus to the Present), ㈜문학동네, 2017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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