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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정 협의체 구성…중장기적 과제 새 논의도 필요
15일 이데일리가 경제·금융 전문가에게 탄핵 정국 신속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행 방안을 물어본 결과 여·야와 민간 전문가, 금융당국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와 민간 전문가 간 협의체나 정부까지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단기적으론 외환이나 금융시장 문제 대처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 과제가 방향을 잃어 중장기적 과제도 협의체에서 새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막아낼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운영도 중요하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최근 일련의 정치적인 상황을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충격이라고 했지만 금융시장에 이러한 파동은 상당히 오래갈 수있다”며 “우선해야 하는 점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운영이다. 위기에 내몰리는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서도 정책금융 공급은 매우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협의체를 통해 시장에서 발생할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권, 신용평가사,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총 40조원 규모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내년 말까지 운영하겠다고 했다.
연일 치솟는 환율 탓에 국내 금융지주의 ‘자본비율 관리’도 비상이다. 환율 상승 영향으로 이를 방어하다 보니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져서다.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지만 금융지주사는 ‘밸류업’을 위한 주주환원 여력 확보를 위해 13%를 목표로 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은 0.01%~0.03%포인트 하락한다. 이에 애초 밸류업을 위해 목표했던 주주환원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이 약화할 우려도 나온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은 고환율로 스트레스완충자본을 더 쌓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2금융권 부실화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하면 금리 인하의 속도와 정도를 파악할 수 없고 은행권을 제외한 금융권이 조달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자비용을 예측할 수 없다. 탄핵 정국으로 적절한 조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 심각, 얼어붙은 내수 경기…진작책 내놔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최근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서민 경제 침체는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적 위기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대출 부담과 깡통대출은 연말과 내년 1분기를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 등 신용카드 사용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정부가 연말에 신용카드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고가 내구재 소비 등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할부 혜택이나 포인트 등 부가 서비스 혜택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정부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공공부분 건설 등 예정한 사업을 서둘러 착공해 재정 투자를 늘리면 민간 소비와 기업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환율 방어 등 한국은행이 독자적으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은행 등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무제한 신용 공급 발표나 외환 시장 안정화 노력에 나서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환율을 안정시킬 조치가 시급한데 외화보유액을 계속 쓰면 한도에 도달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 어렵더라도 미국과 한·미 통화 스와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은 추세적으로 더 오를 텐데 한은이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외화보유액도 계속 줄었다”며 “한은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1500원 근처로 못 가도록 완벽히 눌러야 한다. 외화보유액을 푸는 식의 환율 방어는 위험하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외환과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해 통화스와프와 여러 조처를 고려할 수 있지만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여·야 협치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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