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의 주축 세력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주도로 수십 년에 걸친 아사드 가문의 잔혹한 통치가 종식됐다. 이제 시리아의 미래를 둘러싸고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통합된 시리아를 약속했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시리아 모든 세력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데르센은 "HTS와 다른 무장 세력이 대체로 안심시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고 말했지만, "법과 질서"에 관한 지속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급변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시리아의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BBC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이 시리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 통합된 시리아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HTS는 책임감 있는 통치를 위해 다른 시민 정치 세력과 협력할 것이다.
시리아는 주변 국가들이 복수와 약탈의 악순환에 빠져 새로운 갈등을 초래하는 것과 달리, 국가적 화해 무드를 조성할 수 있다.
알졸라니는 지금까지 시리아의 다양한 종파들 사이에서 단합과 상호 존중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시리아의 수많은 세력은 저마다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
영국 퀸메리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인 중동 전문가 크리스토퍼 필립스는 "현재 우리는 불확실성의 상태에 있다. HTS는 시리아에서 평화롭고 현실적인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남부에서는 아사드 가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부족 단위 민병대가 다마스쿠스의 새 정부에 순응할 가능성이 낮다.
동부에서는 소위 이슬람국가(IS)의 잔당이 계속 위협을 가해 미국의 공습을 촉발한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주도 세력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장악한다.
이 세력들은 수년 동안 시리아 북부에서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 세력들과 싸워왔고, 최근에도 전투가 재개됐다.
또한, 2011년 이후 시리아 외부에서 많은 반대 세력과 정치 세력이 등장했다. 이런 인물들과 세력들이 시리아로 돌아와 과도정부에 협력할지는 알 수 없다.
'봉기 이후의 시리아'(Syria After the Uprisings)를 저술한 조셉 다허 스위스 로잔 대학 교수는 시리아 통합 정부의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라면 자유선거, 권력 공유 체계, 분권화를 달성해 더 통합된 권력이 형성되겠지만,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다허 교수는 다른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또한, 알졸라니의 첫 공개 발표에서 드러난 모순을 지적했다.
"졸라니는 먼저 전 정권의 총리가 과도정부 운영을 감독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다음에는 임시 총리로 무함마드 알바시르를 추대했죠. 바시르는 시리아구원정부(SSG) 수반으로 HTS의 근거지인 이들리브를 통치해왔습니다."
다허는 HTS가 "권력 통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를 직접 통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허는 "이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권력이 너무 확장되어 통치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들리브만 통치했지만, 지금은 알레포, 하마, 홈스,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통치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에서 권력 분담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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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TS의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통치
HTS가 아사드 정권과 비슷하게 권위주의적 수단을 통해 권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졸라니는 이미 이들리브에 통치 기반을 구축했다. 이들리브는 한때 시리아 북서부 최대 규모의 반군 거점이었으며 약 400만 명의 사람들이 살았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시리아의 다른 지방에서 이주해 왔다. 시리아구원정부는 행정을 운영하는 한편, 샤리아(이슬람 관습법)를 따르는 종교위원회를 운영했다.
졸라니는 안정과 공공 서비스를 중시함으로써 HTS의 효과적인 통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졸라니의 세력이 이들리브를 통제하는 동안 경쟁 무장 세력을 소외시키고 반대 의견을 억압했다는 비판이 있다. 11월 27일 HTS 주도의 공세가 시작되기 전에 이들리브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강경파 이슬람주의자들과 시리아 활동가들은 HTS가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다허는 "HTS가 [이들리브에 있는] 반군 무장 세력을 통합하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HTS는 주로 탄압을 통해 권력을 강화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투옥하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HTS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인권 침해 의혹이 있고 논란을 일으키는 보안군을 해체했고 시민의 불만을 듣는 고충 처리 부서를 설치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이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기 위한 표면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HTS는 시리아의 발전과 아사드 정권의 궁극적인 축출을 위해 이들리브에서 권력을 강화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허는 HTS가 지금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다허는 "HTS가 다마스쿠스까지 권력을 광범위하게 확장함으로써 이 모든 영토를 관리할 수 있는 군사력과 인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 약간의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3. 전면적인 내전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리아가 다른 국가의 아랍의 봄 상황과 비슷하게 이후 혼돈에 빠지는 것이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준비된 후계자 없이 권력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외국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파국으로 이어졌다. 비평가들은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남긴 공백이 약탈, 복수, 권력 장악, 내전의 물결로 채워졌다고 말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다양한 시리아 무장 세력의 권력 경쟁은 광범위한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시리아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BBC 아랍 특파원 페라스 킬라니는 과도정부 총리로서 알바시르의 첫 연설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고,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성을 암시했다고 현장에서 보도했다.
킬라니는 "연설하던 새 총리의 뒤에는 '혁명기'와 탈레반 깃발을 닮은 깃발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새 정부가 탈레반 모델을 따를 수 있음을 시사하며, 샤리아법에 따라 통치되는 이슬람 국가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시리아 소수 민족과 시민 단체의 앞날에 새로운 과제와 의문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외국 세력의 균형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들이 모두 외국 세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사드는 수십 년 동안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에 의존했다. 한편, 튀르키예, 서방 국가, 걸프 국가들은 다양한 반대 세력을 지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군사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았고,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과 시리아 사이의 비무장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영토에서도 작전을 수행 중임을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아사드가 시리아에서 물러난 이후 수백 차례의 공습을 펼쳐 "시리아의 전략 무기 비축고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밝혔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시리아에 "다시 입지를 구축하도록 허용하지 말라"고 시리아 반군에 경고했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와 다른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아사드의 몰락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필립스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통합 정부를 약화시키거나 강경파를 부추겨 시리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립스와 다허는 시리아에 대한 국제 제재를 해제해 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외국 세력이 인도적 지원을 촉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허는 "아사드 정권이 사라졌으니 이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EU와 미국이 경제 회복 및 인도주의적 지원 규모를 유지하고, 나아가 더 증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미국과 EU가 "새로운 헌법이나 민주적 개혁과 같은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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