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논의 계엄 후 파행 거듭…연금개혁도 계속 표류 우려
전문가들 "필요성·기본방향 공감대…정권과 무관한 역사적 과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가 가결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연금개혁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의 경우 비상계엄 사태 후 정국 혼란에 의료계 반발이 겹치며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고, 이미 계엄 사태 전부터 표류하던 연금개혁도 당분간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시급한 필요성이나 기본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개혁 과제만큼은 정국 불확실성 속에서도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5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개혁 추진을 위해 지난 4월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산하 4개 전문위원회 논의가 줄줄이 미뤄졌다.
정국이 혼란해진 데다 계엄 포고령에 담긴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대한병원협회 등이 잇따라 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탓이다.
의개특위는 지난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을 담은 1차 실행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연말에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2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전문위 논의가 밀리면서 발표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당초 19일 공청회가 예정됐던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의 경우 주무 부처 간 이견도 있어 위원들의 추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료개혁 정책 가운데 의대 증원의 경우 이미 늘어난 정원에 맞춰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증원이 촉발한 의정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고 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연금개혁의 경우엔 이미 계엄과 탄핵 사태 이전에도 지진부진하던 상황이었다.
정부가 지난 9월 보험료율 인상(9→13%)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담은 단일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선 논의 형식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은 법 개정 사안이라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탄핵 정국에서 논의가 첫발을 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저출생·고령화로 기금 소진 시점이 다가오고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불어나고 있는 국민연금은 물론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으로 대표됐던 필수·지역의료 위기도 해법 찾기가 당분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연금개혁의 경우 시급한 필요성이나 기본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국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중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발표된 전례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연금개혁의 경우 개혁의 시간이 늦어질수록 개혁으로 져야 하는 부담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더 늦춰선 안 된다"며 "특히 보험료율 조정을 통해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는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정권과 무관한 역사적 과제인 데다 모수개혁 부분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공통 분모가 있어서 계속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이 의료 이용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개혁은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일부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야 할 방향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최종 실행 여부를 결정할 거버넌스에 당장 혼란이 있다고 해도 지혜를 모으고 준비하는 작업은 계속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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