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정확히 말하면 폐경 전후 증후군(Perimenopause). 폐경 2~10년 전에 시작해 폐경 1년 후쯤 사라지는 생리불순과 각종 심신 장애를 의미한다. 아뿔싸, 딱 내 나이다. 꽤 정확했던 생리주기가 최근 일주일 정도 확 짧아져 3주 만에 ‘그날’을 맞은 경우도 종종 있었고, 앞서 언급했던 몸과 마음의 변화 역시 ‘심신 장애’라고밖에 표현할 길 없다. 문제는 이 갱년기 증상에 뾰족하고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호르몬 치료도 있지만 부작용 우려가 여전하고, 갓 40대에 접어든 내가 벌써 여성호르몬 치료를 한다는 건 시기상조 아닌가? 심지어 여러 사이트나 블로그를 ‘디깅’하다 보니 알고리즘은 나를 ‘공진단’으로 이끈다. 갱년기 증세 완화에 공진단을 먹는다는 건 또 처음 듣는 얘기다. 필터링되지 않은 정보의 포화만이 문제는 아니다. 40~50대 여성이 이런저런 증상을 토로하는 것에 대해 다소 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사회 분위기와 폐경과 갱년기, 즉 폐경 전후 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엘르〉 캐나다에 실린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다. 그동안 갱년기와 폐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오진하거나 간과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그저 인내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 배우 나오미 와츠(Naomi Watts)는 36세 때 난임으로 의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불임이 아니라 일찍 폐경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여러 증상을 앓고 있었지만 전혀 캐치하지 못했죠. 30대에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폐경 전문가 마리 클레어 해버(Mary Claire Haver) 박사는 〈새로운 폐경기 The New Menopause〉에서 폐경이 다양한 증상을 통해 시작된다는 사실에 대해 병리학적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는 의대 교육에서 종종 산부인과 측면이 간과되는 데다 여성이 정신적 문제를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크다는 성차별적 편견에 기인하기도 한다. 1990년대에 의학을 전공한 해버 박사는 일부 전문의들이 특정 유형의 환자를 ‘WW(Whiny Woman; 징징거리는 여성)’로 표기했던 것을 기억한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솔직히 저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었어요. 배려심을 가지려 노력했지만 증상들이 무시됐다는 뜻이에요. 안면 홍조와 골다공증 외에는 에스트로겐 결핍에 대한 병리학적 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신체적 기능 문제와 소화기 장애? 그런 것도 고려되지 않았죠.” 에스트로겐 감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호르몬은 심장과 인지 기능, 뼈, 혈당 등 훨씬 광범위한 부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안면 홍조나 밤에 흘리는 식은땀 외에도 불안, 이명, 체취, 현기증, 요실금, 관절염 등도 에스트로겐 결핍에 따른 증상일 수 있다. 그 결과 여러 세대에 걸쳐 여성은 외면당하거나 혹은 그저 참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토론토 우먼스 칼리지 병원의 폐경 전문의 일리아나 레가(Iliana Lega) 박사와 미셸 제이콥슨(Michelle Jacobson) 박사는 그동안 환자들이 받아온 치료에서 ‘빈틈’을 발견하고 이를 지난해 캐나다의학협회 저널에 발표했다. ‘의학 커리큘럼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진료하는 전문의들이 불편함을 겪었고, 증거에 근거한 방식으로 폐경을 치료할 수 없었다’고 제이콥슨 박사는 지적했다. “캐나다의학협회 저널처럼 전파력 좋은 매체에 리뷰를 쓴 건 의료 현장에서 얻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우린 갱년기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복용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거든요.” 해버 박사는 ‘가능하면 빨리’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부작용보다 그 이점이 훨씬 크기 때문. 피부에 붙이는 패치 역시 최근 여성에게 권해지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기사를 읽으며 문득 ‘경구약이나 패치…. 아직 이르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호르몬 대체요법 외에 갱년기와 폐경기에 겪는 각종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식이요법과 운동! 우선 염증 증상을 완화하고 근육 성장과 인지력 향상을 돕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자.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과 녹색 채소, 아몬드, 호두 등이 그 예. 그래야 에스트로겐이 제공하는 항염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지방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 야채와 섬유질 외에 충분한 단백질 섭취도 필수다. 해버 박사는 갱년기 여성의 대부분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고, 체중 1kg당 1.3~1.6g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채식주의자라면 완전 단백질 섭취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단백질 셰이크나 보충제로 보완할 수도 있을 것. 어떤 보충제를 선택하든 필수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유산소운동은 기본이고, 근육량 유지를 위한 무산소운동도 필수. “유산소운동만 하면 기초대사율과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주는 근육량이 줄어들어요.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얘기죠.” 일상에서 가벼운 활동을 할 때 또는 집에서 청소나 설거지를 할 때 중량 밴드를 착용하는 등 자연스럽게 근육과 뼈를 단련시킬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볼 것. 또 하루 최소 25g의 섬유질 섭취를 목표로 할 것. “섬유질은 혈당을 낮춰주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먹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과 내장지방 침착 같은 여러 요인에 도움을 줍니다.” 해버 박사의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D(하루 4000IU)와 비타민 K, 크레아틴, 콜라겐 펩타이드를 함유한 보충제를 선택하세요.”
약 2년 전 웰니스 브랜드 스트라이프스 뷰티(Stripes Beauty)를 설립한 나오미 와츠. 그녀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성들을 만났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 지금 노 메이크업인데 셀카 찍자고 하면 어떡하지’ ‘사진 대신 영화 얘기로 화제를 돌려볼까’ 하고 고민했다고. 하지만 그 여성들은 갱년기와 폐경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인구 절반이 언젠가는 폐경을 겪지만 정작 우리가 이용할 만한 정보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당황했어요. 이런 상호작용은 저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것과 같은 의미예요. 정말 소중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는 인식을 갖는 것 아닐까?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 나 역시 외쳐본다. “내 나이 이제 마흔, 저는 얼굴 쪽으로 열이 확 오르거나 갑자기 몸이 가라앉을 때가 왕왕 있어요. 기분도 왔다 갔다 하기 일쑤고요. 더 잘 챙겨 먹고 열심히 운동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일찍 찾아온 갱년기 증상 혹은 앞으로 맞이할 갱년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분, 언제든 연락 주세요. 폐경 전까지 매달 ‘대자연’을 맞이할 때마다 내 몸을 더욱더 아껴줄 겁니다. 폐경 후에는 수십 년간 숭고한 일을 견뎌 왔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를 격려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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