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소추되자 최측근이었던 韓 리더십도 붕괴 위기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직무가 정지되자 공교롭게 탄핵을 찬성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여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에 빠지게 됐다.
탄핵안 가결 직후 친한(친한동훈)계인 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다. 당헌에 따라 최고위는 해체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여당의 이탈표를 끌어냈다는 점이 탄핵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까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의 정계 입문을 이끈 것은 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윤 대통령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위기에 빠진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4·10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수습을 위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대표가 등판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총선 정국에서 한 대표는 여러 차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갈등을 빚었다.
지난 1월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측근이었던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면서 '윤한 갈등'이 촉발됐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김 전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공천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사천'(私薦) 우려를 표하며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총선을 3주 앞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위협' 발언 논란을 두고 다시 당정이 충돌했다.
한 대표는 당시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를 받는 이 전 장관의 즉각적인 귀국을 요구했고,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황 전 수석의 거취를 압박했다.
총선 이후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돼 여당 지휘봉을 다시 잡은 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를 본격화했다.
한 대표는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걸으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지난 10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라인'의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및 의혹 해소 노력과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국회에서 밀어붙이기도 했다.
한 대표의 차별화는 계엄·탄핵 정국에서 더욱 뚜렷하게 노출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하다고 비판하며 여당 의원들의 국회 계엄 해제 요구 표결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 제명·출당도 추진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비유하곤 했는데,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과 함께 한 대표도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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