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기도하거나 성호긋고 결과 기다려…'부친상' 野이기헌도 표결참여
野, 가결 발표 직후 환호 자제…이재명 "책임감 있고 신뢰 주는 모습을"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안정훈 기자 = "총투표수 300표 중 가(可·찬성) 204표."
숨 막힐 정도의 적막이 감싸고 있던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야당 의원들이 앉은 자리에서는 짧은 환호성이 터졌다.
본회의장 앞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보좌진들, 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취재진 사이에서도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본회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의 선언과 함께 오후 4시 6분 본회의가 시작됐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 나와 제안설명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내란사태로 규정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찬성투표를 호소하는 제안설명을 20분간에 걸쳐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여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국민의힘 의원 여러분, 마지막 기회입니다. 역사의 문을 뛰쳐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는 독일을 처음으로 통일시킨 재상 비스마르크가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를 놓치며 안 된다며 "역사의 문을 뛰쳐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아야 한다"고 한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제안설명을 하는 동안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등 숨죽인 표정이었다. 앞선 법안처리 본회의나 대정부 현안 질의에서 여야가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투표가 시작된 뒤에도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투표를 위해 나란히 줄을 선 의원들이 사적으로 대화하는 듯한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투표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여야 의원 일부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거나 고민하듯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조용히 성호를 긋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도 보였다.
명패함에 명패가 떨어지는 소리, 투표 계수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본회의장에 울릴 정도의 적막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 절반가량은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지만, 야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침묵 속에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부친이 별세한 민주당 이기헌 의원도 표결에 참여했다.
이윽고 오후 5시 정각, 우 의장이 "총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라며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는 순간 그제야 야당 측에서는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오며 54분간의 표결 절차가 마무리됐다.
다만 야당 측에서도 발표 순간에만 잠깐 탄성이 터졌을 뿐 이후 지나치게 환호하거나 흥분하는 모습은 자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 역시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아니다. 책임감 있고 신뢰를 주는 당의 모습이 중요하다"며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고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 시민 집회를 찾아 탄핵 여론을 모아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건넸다.
탄핵소추안 가결 발표를 들은 여당 의원들은 곧바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지만,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조경태·김상욱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 김남근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전날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탄핵 찬성 촉구 1인시위를 한 김 의원에게 다가와 웃으며 악수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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