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계엄사태 이후 신중 분위기…대규모 병력 파병상황서 긴장고조는 北에도 부담
정부도 대북 상황관리 주력…'담대한 구상'·'8·15 통일 독트린' 동력 상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북한이 이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혼란한 정치 상황과 군 수뇌부가 무더기 직무 정지된 상황을 틈 타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특수부대를 대거 러시아로 파병한 상황에서 섣불리 남측을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동안 침묵하다 지난 11일에야 관련 보도를 내놓았지만, 대체로 시위대의 구호와 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을 택하는 등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절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북한 당국이나 주요 인사의 직접적인 윤 대통령 비난도 현재까진 없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집회 소식을 전하면서도 북한은 대체로 건조한 태도를 유지했다"며 탄핵소추안 가결 후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점쳤다.
물론 남한의 혼란과 의사 결정력 약화를 틈타 미국의 새 행정부 등 국제사회를 향해 존재감과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서더라도 이는 정치적 목적보다는 2025년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국방력 강화 차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를 도와 상당한 규모로 파병하고 무기를 계속 지원하는 상황에서 남북 갈등은 북한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굳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각종 전략무기 시험이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수 있는데, 대남 군사 도발적 성격보다는 자체적으로 제시한 국방력 강화계획 일정을 이행하는 목적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표 대북·통일정책 과제를 추진하기보다 분단 한반도의 상황 관리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은 그렇지 않아도 유명무실했는데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을 압박해 대화로 나오게 하고 핵·미사일 고도화를 단념시킨다는 '담대한 구상'을 내걸고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과 북한인권 공론화 등 북한을 압박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광복절에는 남북 간 화해·협력보다는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을 촉진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의 '통일 독트린'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역시 더는 추진 동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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