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에 대해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완벽한 몰락"이라고 평했다.
한때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적인 정치관을 담아낼 만한 보수 정치의 그릇이 탄핵 통과와 동시에 완벽하게 몰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보수 정권이 10년 남짓한 기간에 두 번의 탄핵을 경험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금 이 그릇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제 보수 정치권에 대한 대변혁이 예고된다"고 내다봤다.
정계 입문 13년차, 올해 39세인 이 의원은 "탄핵이라는 과정을 우리가 10년에 내에서 두 번 가까이 겪게 되는 것은 그만큼 보수 정치는 이미 그 국민들의 마음을 담을 그릇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이 그릇을 깨고 새로운 그릇을 가져와야 될 상황이 왔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원하며 젊은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은 대선 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내부총질이나 하는 대표'라고 지칭하는 문자를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바 있다.
이 의원은 인터뷰 내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대한민국 보수 정치를 45년 전으로 되돌렸다"며 "저는 이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의원은 또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꼴 좋다. 자기 잘난 줄 알고 다 하더니 꼴 좋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명의 전직 한국 대통령들이 징역형을 면하지 못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형사적인 어떤 심판을 받아서 감옥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례는 약간 특이한 게 그때 윤석열 검사와 한동훈 검사가 피 한 방울 안 섞인 최순실 씨의 그런 전횡에 대해 '당신도 수혜자'라며 감옥에 보냈죠. 이 선례를 만든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입니다. 그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천 개입,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징역 30년을 구형한 사람이 한동훈 검사입니다. 그러면 냉정하게 그분들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쿠데타를 통해서 내란을 하려고 했던 것은 몇 년 형일까요? 그런 엄벌과 아주 강한 처벌의 선례를 세운 사람이 바로 그 두 검사입니다."
이준석 의원은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흘러간 배경과 관련해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때문에 계엄을 했다는 것은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사실 초기 2년 동안 통치를 잘 했어야 했다. 다만 민주당이 가장 오버페이스로 갔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거나 기소했던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큰 정치인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움직임을 보이면 안 되는 것인데 본인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면서 본인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검사들에 대해 제약을 가하려고 한다는 것은 본인의 정치 권력을 바탕으로 겁주기 하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공당으로서 하면 안 되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은 나아가 "야권 같은 경우에도 사실 이 190석에 달하는 범야권 의석이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국민들에게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는 범야권이 많은 의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정신 나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도 바로 해제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만약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 민주당의 대통령이 정상인지 아니면 비정상인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그 사람이 예를 들어 어떤 무리한 입법을 했을 때, 아니면 계엄을 발동했을 때 그걸 해제하거나 막을 수단은 없는 것이거든요. 그게 하나의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의원은 이어 "지금 어쩌다 보니 유력 대선주자 중에 한 분인 이재명 대표도 여러 가지 혐의로 지금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게 위험한 이유는 이 절차에 들어가는 순간 형사적 리스크를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권한을 또는 권력을 이제 쓰게 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핵 이후의 정치권 상황에 대해서는 "결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어느 정도는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고, 그것은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지금 본인의 지위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 이 상황을 너무 타이트하게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라면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그날에 대표직을 던졌을 것"이라며 "한동훈 대표가 굉장히 딱한 것이 탄핵된 정당의 대표는 어차피 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고, 탄핵에 부결돼 실패한다 하더라도 리더십의 문제점을 지적받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7월 이른바 '성접대 의혹'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해 이준석 의원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 의원은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떠나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그는 이 의혹에 대해 "당 대표 쫓아내기 위해서 저에게 성상납을 받았다는 누명을 씌웠는데, 검찰에서 2년간 수사 받고도 무혐의 받고 나왔다"며 "윤석열 정부의 검찰 하에서 저에게 무슨 좋은 감정이 있어서 저한테 무혐의 처분했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탄핵안 표결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13년 가까이 정치를 하고 있지만 때로는 보수진영 전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 60년 가까이 보수가 주류이던 세상 속에서 정치를 해왔던 보수의 지도자들과 달리 저는 지난 한 10년 가까이 보수가 내리막길에 있는 상황 속에서 정치를 계속해야만 했다"며 "그 안에서 저는 나름 제 기준에는 올바른 정치를 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그 내리막길 속에서 벌써 두 번째 탄핵, 그리고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아픔들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헌법에 따르면 만 40대가 될 때부터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생기는데, 제가 만 40세가 되는 시점이 내년 3월"이라며 "그 조건만 맞는다면 저는 대통령 선거에서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단순히 제가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예전에 한국에서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이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AI와 인간 사이의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전면에 등장해야 되기 때문에 제가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정말 힘들지만 꼭 한번 여기서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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