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배들도 이런 영광의 순간 함께 누렸으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구자욱(31·삼성 라이온즈)은 "세 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니, 관객들이 보였다"고 했다.
2021년 생애 처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구자욱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황금장갑을 수상했다.
그 사이 구자욱의 시야도 넓어졌다.
구자욱은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뒤 "처음 골든글러브를 받았을 때는 무섭고, 떨렸다.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며 "지금은 많은 게 보인다. 팬들의 모습도 보였다"고 웃었다.
시상식에 오지 못한 후배들까지 떠올랐다.
구자욱은 "올해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며 "우리 팀에도 젊은 내야수 김영웅, 이재현이 있다. 내년에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영웅이, 재현이도 와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 누렸으면 한다"고 바랐다.
구자욱은 '삼성 왕조 시절의 막내'였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2015년에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삼성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시즌 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군 복무를 마치고서 2015년부터 1군에서 뛰었다.
2015년은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에 패한 해다.
2021년 정규시즌 2위를 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했다.
올해에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제 삼성의 구심점이 된 구자욱은 "우리의 노력이 올 시즌 결과로 나왔다"고 뿌듯해하면서도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고자 어린 선수들이 커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한 팀이지만,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황금장갑을 품은 삼성 선수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 구자욱, 두 명이었다.
3루수 김영웅, 유격수 이재현 등 젊은 내야수들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성장하면, 삼성은 새로운 왕조를 건설할 수 있다.
구자욱은 "삼성 후배들이 더 욕심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베테랑 구자욱도 더 나은 선수가 되고자 욕심내고 있다.
2021년 처음 골든글러브를 받을 때 구자욱은 득표율은 47.0%였다.
2023년에 63.6%로 득표율이 올랐고, 올해에는 288표 중 260표(90.3%)를 쓸어 담았다.
골든글러브 전체 수상자 중에서 득표율 90%를 넘은 선수는 3루수 김도영(280표·97.2%)과 구자욱, 두 명뿐이다.
올해 구자욱은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44를 올렸다.
OPS는 2위, 장타율(0.627)은 3위, 타율·타점·출루율(0.417)은 4위, 홈런은 5위였다.
구자욱은 "그렇게 높은 득표율을 올린 건 몰랐다. 기분 좋다"며 "그런데 늘 김도영이 앞에 있다"고 웃었다.
"올해 김도영이 등장해 KBO리그 흥행을 이끌었다. 축하한다. 같은 일을 하는 나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라고 다른 팀 후배를 예우한 구자욱은 "나도 더 좋은 선수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비시즌에도 거의 매일 훈련한다.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 트로피는 KIA에 내줬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장 완장을 차는 구자욱은 "선발 투수 자원 최원태가 우리 팀에 왔다. 더 강한 팀이 됐으니, 우리 삼성 선수들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약속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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