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세계 2위 라면 소비 국가 ‘인도네시아’의 수출 장벽이 완화되며 식품사들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 4위 인구 규모의 인도네시아는 젊은 연령층을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특히, 중국에 이어 즉석 면류 소비가 두 번째로 높은 국가다. 인니 시장을 점찍어 왔던 식품사들의 진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양식품, 농심, 오뚜기 등 국내 주요 라면업체들은 인니 시장 정착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는 등 발빠른 준비에 나서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인도네시아의 에틸렌옥사이드(EO) 관련 시험·검사성적서 요구 조치 해제를 이끌어냈다. EO는 농산물 등의 훈증제, 살균제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유럽연합(EU)에 수출된 국내 라면에서 EO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 검출되며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해 EO 검사를 강화했다. 식약처가 국내 기업 수출 장벽 해소를 위해 관리 강화 조치 해제를 요청한 결과, 이달부터 EO시험·검사성적서 제출 의무가 해제됐다. 향후 국내 라면업체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인도네시아 EO 관리 강화 조치 해제 등이 K-푸드의 발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안정성에 대한 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업계의 노력, 농식품부·식약처 등 정부 차원의 도움으로 K-푸드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54.4%가 80~90년대생이다. 향후 10년간 내수 규모 확대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즉석면류 라면 시장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인도네시아의 한 해 즉석면 소비는 145억개에 달하며, 글로벌 소비량의 12%를 차지한다. 글로벌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인 국내 라면 업체들이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다만, 아직까지 내수 기업 입지가 공고하고, 할랄 시장의 특수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인도네시아는 단일 국가로는 최대 무슬림을 보유하고 있다. 인니 정부는 오는 2026년부터는 모든 수입 식품에 할랄 인증 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삼양식품, 농심, 오뚜기는 선제적으로 할랄 인증을 받고 각 사만의 전략으로 인니 시장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국내 최대 라면 수출 기업 삼양식품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중심으로 점유율 확장에 나선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3월부터 법인 운영을 시작했다. 주력 품목은 ‘불닭볶음면’이다. 특히, 인니 시장 공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할랄 인증을 일찍이 완료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7년 국내 업체 최초로 MUI(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수출 초기부터 비교적 빠르게 할랄 인증을 준비했다. 불닭볶음면을 포함한 총 60개 제품에 MUI 인증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4년 국내 인증 기관인 KMF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KMF 취득 이후 2016년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 불닭볶음면 수출이 증가했다.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 무슬림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MUI 인증도 빠르게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도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은 상황이다. 법인 설립 초창기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MUI 인증 품목을 확대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법인을 통한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자사 대표 제품 신라면을 필두로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진입 초기 단계이지만, 지난 2019년 18개 제품에 사전적으로 MUI 할랄 인증을 받았다. MUI 인증 이후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 소비자들도 소비가 가능해진 것. 농심은 다른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인니 시장에서도 신라면을 주축으로 입지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신라면 똠얌, 툼바 등 신제품을 통해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5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트에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신라면을 알리기 위한 ‘신세이셔널 데이’ 행사를 열었다. 올해 총 세 번에 걸쳐서 열린 신세이셔널 데이 행사를 비롯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현지 브랜드사 제품 대비 한국 라면의 경우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형성돼 있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소비층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현재 현지 유통망·벤더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신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라면 시장이다. 농심에서도 시장 성장성에 주목해 MZ세대를 겨냥한 현지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현지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오뚜기도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도 삼양식품·농심과 마찬가지로 MUI 할랄 인증을 마쳤다. 이달 초, 진라면·보들보들 치즈라면을 포함한 총 11개 품목에 인증을 취득했으며, 내년 초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베트남 현지 법인과 공장을 통해 인도네시아 수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쟁사 대비 해외 진출이 늦은 편인만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는 전 세계 인스턴트 라면 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 대표 상품인 진라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보들보들 치즈라면 등을 중심으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세계 2위 라면 소비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할랄 인증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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