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 '尹 안가 회동' 숨긴 게 구속 결정타 된 듯
또다시 경찰청장 잔혹사…14만 경찰 지휘 공백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최윤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3일 구속됐다.
14만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로 사실상 2인자인 서울청장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경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조·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숨겨왔던, 계엄 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안전가옥(안가) 회동이 뒤늦게 밝혀진 게 결정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 청장과 김 청장은 계엄 발표를 앞둔 지난 3일 저녁 7시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대통령을 만나 '장악 기관' 등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국회와 경찰의 1차 조사 등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다.
경찰은 이후 이들이 계엄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보고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내란죄는 우두머리·중요임무종사자·단순가담자 등으로 나눠 처벌하는 데, 경찰이 이들을 김용현 전 장관과 같은 급의 계엄 사태 주동자 중 하나로 봤다.
조 청장은 안가 회동 뒤 공관으로 이동해 아내에게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A4 용지를 찢었다고 진술했다. 김 청장도 해당 문건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도 증거인멸 시도로 판단했다.
조·김 청장은 계엄 당일 국회 출입 통제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하달하는 등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막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망도 한층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조 청장에게 6번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말했단 게 조 청장의 진술이다.
조 청장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장기간 지휘부 공백에 휩싸인 경찰 조직의 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에서는 '경찰청장 잔혹사'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 2년제가 도입되고 청장에 오른 14명 가운데 5명만이 2년 임기를 채웠다.
각종 사고와 부실 수사, 비리 의혹 등으로 중도 사퇴하거나 퇴임 후 구속된 경우가 적지 않다.
총선 개입 혐의(강신명), 여론 조작 혐의(조현오), 함바집 비리 혐의(강희락) 등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탈 없이 '완주'한 경우가 더 드물다는 평가도 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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