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나에게 서독제란 내 영화가 난생처음 관객에게 소개된 곳. 2012년, 첫 단편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를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느낀 떨림과 부끄러운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게 남아 있다. ‘관객과 만난다’는 것의 의미를 처음 가르쳐준 서독제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독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감독들에게 무수한 기회를 열어준다. 침체되고 급변하는 한국 영화계에 언제나 굳건하게 발자국을 남겨주길 바란다.
강유가람 감독 <모래>
기억에 남는 순간 2019년, 장편 <우리는 매일매일>을 상영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1990년대 말 대학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영 페미니스트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당시 심사위원상과 독불장군상을 수상했다. 변화를 위해 매일매일 움직이는 페미니스트들을 서독제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듯해 더욱 고맙고 기뻤다.
연상호 감독 <지옥>
나에게 서독제란 든든한 뒷배. 서독제를 통해 나와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만났다. 이들과 나는 몇 년 만에 만나도 그 시절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다. 서독제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들을 보며 감독으로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그해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 독립영화들을 접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신선한 작품들을 보며 새로운 연출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이우정 감독 <애드벌룬>
나에게 서독제란 서독제를 생각하면 “언제는 쉬웠냐”라고 말하며 뚜벅뚜벅 가시밭길을 헤쳐가는 누군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아마 서독제를 통해 만난 영화 친구들 때문일 것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같아서 마주치고, 방금 보고 나온 영화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슬쩍 물어보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영화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며 손을 흔들고 헤어지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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