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빠르게 사건이 흘러가고 있어 언론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충격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헤드라인에 실리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끝이 났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했을 때는 이미 신문 인쇄에 들어간 상태였으며, 다음 일자의 신문이 발간됐을 때는 이미 그의 권력 장악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였다.
불과 1주일 안에 윤 대통령은 탄핵당하지 않고자 뉘우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점점 자신을 향한 포위망이 좁혀오자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뻔뻔하고 도전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최고 사형까지도 선고 가능한 내란죄로 조사받는 동안 출국 금지 조치에 처한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여당 내 지지층이 조금씩 이탈해나가는 가운데 오는 14일 2번째 탄핵안 표결을 맞이하게 됐다.
한편 거리에는 매주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점점 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잠시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주 초 윤 대통령은 여당을 상대로 지난주 탄핵안 투표를 통과시키지 않는 대가로 조기 퇴진하는 쪽으로 합의한 듯 보였다.
그러나 한 주의 시간이 흐르는 내내 윤 대통령은 조기 퇴진을 밝히지도, 그럴 계획이라는 내색도 비치지 않았고, 점차 그가 물러날 의사가 전혀 없음이 분명해졌다.
그러던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는 발언과 함께 자신의 국가 권력 장악 시도 결정을 옹호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문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야당이 승리한 이전 총선이 마치 북한에 의해 조작됐을 수 있다는 듯 모호한 발언을 던졌으며, 국회는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며, 야당은 "위협"을 가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내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지냈다.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자 여당은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헌법적 근거가 없는 발언이라는 게 법률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현재 모든 이들은 '그렇다면 대체 누가 현재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한 가지 중대한 질문을 공통으로 품게 됐다. 특히 현재 군 고위 지휘관들은 만약 2차 계엄을 선포해도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 위험이 존재하는 한국에 불안한 권력 공백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직무 정지) 조치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 현재 우리는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지금의 이 불안정하고 기이한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이 분명함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사건 초기, 여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자 현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대상인 이재명 야당 대표에 대한 증오심에 사로잡혀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자 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12일, 한동훈 여당 대표는 모든 의원들에게 탄핵에 나서자고 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석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기에, 여당 의원 8명이 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지금까지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은 소수다.
가장 먼저 마음을 바꾼 의원 중 하나가 김상욱 의원이다. 국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가를 이끌 자격이 없으며, 전격으로 부적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모든 여당 의원들이 자신 같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핵심층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길을 돌려 지난 표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매우 보수적인 지역구로부터 살해 협박도 받았다고 한다.
"내 당과 지지자들은 나를 배신자라고 부른다"는 김 의원은 한국 정치가 "몹시 심한 부족주의"에 빠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민 대부분의 분노는 지금까지도 윤 대통령을 보호하는 의원들을 향해 있다.
지난 11일 밤 시위대의 구호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라"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여당을 해산하라"로 바뀌었다.
영하의 날씨에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수만 명 중 하나인 대학원생 장요훈(31) 씨는 "대통령도 여당도 너무 싫지만, 지금의 심정으로는 대통령보다도 오히려 의원들이 더 싫다"며 환멸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번 주 내내 여당 의원들은 시민들로부터 엄청난 문자 및 전화 세례에 시달리고 있다. 한 의원은 심지어 BBC에 이를 "전화 테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부는 근조화환을 받기도 했다.
다가오는 주말, 여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방향으로 투표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널리 몹시 미움받고 있는 여당은 정치적 망각 상태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분노로 격앙된 모습으로 BBC에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누구인지, 혹은 우리가 무엇을 지지하는지조차 모른다"고 표현했다.
지난 표결에서 소속 정당과는 다른 선택을 했던 김상욱 의원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와 문화는 일류지만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이 말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입니다."
윤 대통령은 아직 오래되진 않았으나 민주주의가 잘 정착됐다고 평가받았던 한국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신속히 대통령의 계엄 결정을 뒤집자 한국의 민주적인 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야당이 이를 "제2의 쿠데타"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여당이 여전히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는 모습에서 사회 체제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러나 윤정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교수는 매일 밤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시위를 가리키며 현재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실패한 게 아닌 일탈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패닉에 빠진 게 아니라 맞서 싸우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한국의 국제 관계에도, 아이러니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것들에도 피해를 입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글로벌 중추국가"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꿈꿨다. 심지어 세계 강대국 모임인 G7에 한국이 초대받을 수 있길 바랐다.
한 서방 외교관은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안정적인 파트너가 되길 바랍니다. 탄핵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가 될 것입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검사 출신으로 법을 속속 잘 아는 그는 탄핵당하거나 조용히 물러나느니 법적 다툼에 나서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가 일으킨 이 충격파는 앞으로 수년, 어쩌면 수십 년 동안 계속 한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추가 보도: 제이크 권, 이호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 표결,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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