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정밀, 영풍 이사진에 9300억 손해배상 소송…"주주 피해입혀"

영풍정밀 펌프공장 전경. [사진=영풍정밀]

영풍의 주주인 영풍정밀이 영풍 장형진 고문과 등기이사 5인을 상대로 9300억원대의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영풍정밀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 장형진 고문과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 박병욱·박정옥·최창원 사외이사 등 5명의 등기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영풍정밀은 소송을 통해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협력하여 고려아연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행위가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손해액은 최소 9300억원에 달한다고 영풍정밀은 평가했다.

영풍정밀은 소장에서 영풍이 MBK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의 문제점과 이로 인해 발생한 회사의 손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영풍은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할 예정인 고려아연 주식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를 포기했다. 구체적으로 영풍은 이사 선임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MBK와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 MBK는 공개매수 종료 시점 기준으로 영풍과 공동으로 확보한 38.47%의 지분 중 5.32%만 확보하고도 사실상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특혜를 누리게 됐다.

또한, 영풍은 MBK에게 콜옵션을 부여하여 MBK가 영풍과 그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의 50% + 1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영풍정밀은 이 콜옵션 행사를 배임적 행위로 보고 있다.

경영협력계약에 따르면 MBK는 영풍과 그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의 50% + 1주를 가질 수 있다. 만약 MBK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되며, MBK는 영풍보다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영풍정밀은 이로 인해 MBK가 투입한 자금 대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반면, 영풍 주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MBK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최초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6만원에 영풍과 그 특수 관계인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MBK는 한 주당 최소 34만원씩 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주식 수를 고려할 때, MBK는 최소 930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풍 주주들은 동일한 금액만큼 손해를 입게 된다.

영풍정밀은 영풍이 주주들에게 미칠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것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은 주주들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았고, 합리적인 이유나 검토 없이 계약이 진행된 것은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