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35년 발레 인생 정리…"성취에 만족하지 않은 삶 반추"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발레는 매일 거울을 통해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 싶어요."
2006년 무용계 최고 권위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발레리나 김주원(47)이 자신의 발레 인생을 정리한 산문집 '나와 마주하는 일'을 출간했다.
처음 발레를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와 혹독했지만 많은 것을 얻고 배웠던 러시아 유학 시절, 국내 최고 발레 단체인 국립발레단에서의 15년 등 김주원의 발레 인생 35년을 상세하게 담았다.
짤막한 에피소드와 함께 당시 느꼈던 발레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솔직한 문장으로 풀어놓았다. 김주원은 지난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해 온 제 삶을 반추했다"고 책을 소개했다.
'나는 편안함이 불편하다. 어쩔 수 없는 천성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야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안도감이 든다'는 책 속 문장은 그의 파란만장한 발레 인생을 짐작하게 한다.
김주원에게 발레는 자기 모습이 적나라하게 투영된 거울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매일 연습실 거울을 바라보며 조금씩 자신을 깎아내듯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그는 "발레는 매일 거울로 나와 마주하는 일"이라며 "조금씩 자세와 동작을 교정하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러시아 유학 시절 이야기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랍고 흥미롭다.
중학생이었던 김주원은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다. 러시아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중학생 김주원은 사전으로 단어를 일일이 찾아가며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러시아 학생들의 텃세에 연습실 맨 뒤로 밀려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10대 소녀에 불과했던 그가 혹독한 타국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더 나은 발레를 배울 수만 있다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김주원은 "힘들었지만 러시아에서 발레를 배우는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했다"며 "자극에 예민했던 성격까지 고쳐질 정도로 발레에만 집중했던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치열했던 젊은 시절을 뒤로하고 발레 행정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김주원의 각오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3월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돼 '2024 부산발레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주원은 지난 10월 국내 최대 발레 축제인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신임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주원은 "후배들이 그저 행복하게 춤을 출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발레단이 어우러져 공연하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몽스북. 168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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