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 중인 6세대(6G) 이동통신이 2026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최근 인공지능(AI)·로봇·양자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도국 대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무선통신 네트워크만큼은 선도국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첨단 기술 경쟁력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AI 성숙도 매트릭스'를 통해 한국의 AI 경쟁력을 상위 5개국(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영국, 미국)에 이은 차상위 그룹으로 분류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 AI 사업을 추진하는 통신사들이 손잡은 건 구글·MS(마이크로소프트)·퍼플렉시티 등의 해외 빅테크다.
로봇 수요는 글로벌 1위지만 산업 경쟁력은 주요국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22년 "한국은 로봇 밀도가 세계 1위나 경쟁력은 미국 등 6개국 중 6위"라고 밝혔다. 완성되는 순간 현시대 보안 방식을 파훼해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양자컴퓨팅 역시, 국내 첫 양자컴퓨터를 연세대 주도로 들여오는 등 이 분야에 사활을 건 미국, 중국, 유럽보다 낮은 온도를 보인다.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 기술은 주요 12개국 중 모든 분야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무선통신 네트워크는 기존의 글로벌 주도권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당시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6G 상용화 시점을 앞당겼다. 지난해는 '6G 산업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2028년까지 4407억원 규모의 지원이 예고됐다. 정부는 올해까지 6G 소재·부품·장비와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고 2026년에는 프리(Pre)-6G를 시연하고 국제표준특허 30%를 취득하고자 한다.
과기정통부는 “치열한 글로벌 NW 기술패권 경쟁을 민첩하게 대응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디지털 인프라 강국으로서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5G에 이어 6G에서도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생태계 구축을 주도해 미래 네트워크 경쟁에서 세를 피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한 바 있다.
정부가 6G 이동통신 R&D에 큰 그림을 그리자 이동통신 3사도 6G 주도권 경쟁에 들어섰다. 6G 구현을 위한 기술 중 하나인 RIS(재구성 가능 지능형표면)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6G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고주파 대역은 파장이 짧아 장애물 통과가 불리하고 서비스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는데 RIS가 전파 특성에 따라 전달력을 조정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포항공대(포스텍), 키사이트과 함께 6G 후보 주파수 대역 주 하나인 초고주파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활용 가능한 RIS 기술을 최초 개발했다. SK텔레콤은 6G 후보 주파수에 대한 RIS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건물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Low-E유리'에 RIS를 적용해 6G 주파수를 통과시키는 기술이다. KT도 서울대와 초저전력으로 안테나 물질 특성을 제어해 전파 투과와 반사 방향을 조정하는 RIS를 공동 개발했다. LG전자·코닝과 6G 주파수 후보 대역별로 작동하는 RIS를 개발해 검증하기도 했다.
다만 6G 이동통신 시장의 선점을 한국만이 노리는 건 아니다. 전세계 6G 이동통신 시장이 2030년 402억달러를 전망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표준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 6G 표준 주파수 대역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주요 국가들은 자국에 유리한 주파수 대역을 표준으로 삼기 위해 물밑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정부 계획에 따라 로드맵이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다. 5G 네트워크가 미진한 상태에서 6G 상용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6G 후보 주파수 기술들을 검증하는 과정에 있다. 2026년에 Pre라 말하지만 상용화까지는 5년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며 "표준화는 글로벌 동향을 살펴야 하는 일인데, 국내에서 기술 방식을 만들어도 채택을 받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각각 6G 기술 후보를 내고 있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기준이 정해지면 거기에 부합하는 기술이 6G 기술이 될 수 있다. 상용화는 그 후의 퍼포먼스에 따라 정해지는 거다. 지금은 전망을 할 기준 자체가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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