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하바롭스크 2

[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하바롭스크 2

경기일보 2024-12-12 19:15:28 신고

3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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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前 관세청장

 

■ 어머니 품, 아무르강

 

하바롭스크는 위도가 북위 48도(서울 37도)다. 7월10일 현재 오전 5시 일출, 오후 9시 일몰로 낮시간은 16시간이다. 이곳은 ‘아한대기후’로 온대와 한대기후가 만나는 지역이다. 시내 중심부로 아무르강이 흐른다. 만주어로 아무르강은 ‘큰 강’이라 뜻이다. 중국은 ‘검은 강’ 헤이룽장(黑龍江)이라 부른다. 아침에 아내와 아무르강 강변을 산책한다. 평일인데도 낚시 인파가 많다.

 

강폭이 매우 넓고 유장하게 시베리아 대평원을 가로질러 흘러간다. 얼음이 얼지 않은 여름철 동안에만 이 강을 통해 태평양으로 화물선이 다닌다.

 

‘아무르강의 물결’이라는 러시아 민요가 생각나 유튜브에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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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아무르강. 작가 제공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유유히 아무르는 그 물결을 실어 나르네/시베리아의 바람이 모두에게 노래를 불러 주네/아무르의 타이가숲 앞에 조용히 찰랑이며/취한 듯 물결이 자유롭게 도도하게 흐르네....”

 

러시아 특유의 쓸쓸함과 민중의 애환이 느껴진다.

 

시베리아 대평원을 흘러가는 아무르강은 마치 ‘어머니 강’처럼 포근해 보인다. 하바롭스크의 아침 날씨는 흐리고 구름이 낮게 깔려 있다.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강 건너 땅은 중국 영토다. ‘황허강, 갠지스강’을 중국, 인도 사람들이 ‘어머니 강’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어머니 강, 우리의 젖줄은 아마 서울과 기호지방을 가로지르는 ‘한강’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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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르강에서 잡은 무지개송어 낚시꾼과 함께. 작가 제공

 

■ 조선, 청나라 연합군과 러시아군의 ‘나선 전쟁’

 

아무르강은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선이다. 아무르강을 경계로 러시아와 중국 사이 국경분쟁이 근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의 G2 강대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17세기 유라시아 대륙의 G2 국가는 청나라와 러시아였다. 두 나라가 아무르강에서 많은 국경분쟁을 했다. 17세기 ‘조선, 청 연합군’과 러시아 군대가 전쟁한 지역이 바로 하바롭스크 남쪽에 있다.

 

조선 효종 때 하바롭스크 남쪽 아무르강에서 두 차례(1차 1654년, 2차 1658년) 전쟁에 참전했다. 효종은 청의 요청으로 260여명의 군대를 두만강 회령을 넘어 출병시켰다. 조청 연합군이 승리를 거뒀고 조선실록은 ‘나선정벌(征伐)’로 기록하고 있다.

 

‘나선’은 한자어로 러시아를 뜻한다. 조선실록의 과장된 정벌(征伐)이라는 용어 대신 ‘참전’ 또는 ‘파병’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효종은 병자호란 패전 후 볼모로 청나라에 잡혀 갔던 왕이다. 왕이 된 효종은 청나라 복수를 위해 북벌(北伐)을 위한 군대 양성에 주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나라 북벌을 위해 양성한 조선군이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파병됐다. 임진왜란을 겪은 광해군, 병자호란은 겪은 효종의 국제적 식견과 외교정책은 정반대다.

 

광해군은 임란 후 적국인 청나라와 일본에 유연한 실용주의 외교를 했고 효종은 최강대국 청나라에 복수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북벌정책을 펼쳤다. 효종이 죽은 후 후대 왕들도 세계 최강대국 청나라와 학술·문화 분야의 교류조차 끊고 지낸다. 학술, 문화의 교류를 주장하는 ‘북학파, 실학파’의 의견은 무시된다. 청나라를 통해 서구 문물과 과학기술을 배울 기회가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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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롭스크 인근 시베리아 대평원. 작가 제공

 

■ 시베리아 대평원 횡단하기

 

본격적인 시베리아 횡단 대장정의 시작이다. 의욕이 넘치는 원기 왕성한 출발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작은 도시 벨로고르스크(인구 5만명)이다. 북서쪽으로 670㎞를 달려야 한다. 사고가 없는 행복한 하루를 기대한다. 어제에 이어 강행군 이동이다. 두 시간 운전 후 20분 휴식이고 약 300㎞ 달리고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소련은 1991년 해체 후 15개 독립국으로 분열됐다. 스탈린이 1922년 소련 설립 후 70년 만에 해체된 것이다. 해체 이후 현재의 러시아 면적은 1천710만㎢다. 남한 면적(10만㎢)과 비교할 때 대단히 넓은 영토다. 대부분 영토는 광대한 시베리아의 대평원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캐나다 영토의 1.7배다.

 

러시아는 250년 동안 징기즈칸 몽골족의 지배를 받았다. 16세기 중반 몽골 지배에서 벗어난 후 시베리아로 동진(東進)정책을 했다. 초기는 우랄산맥 동쪽 산림지대로 모피를 구하기 위해 동진했고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 영토 국가가 됐다. 19세기 후반 미국에 알래스카를 팔지 않았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17세기 서유럽의 귀족들의 취향은 모피 옷이다. 러시아의 모피 판매 수입이 한때는 국가 수입의 30%를 차지한 적도 있다고 한다.

 

초행길 운전에 구글맵, 위성항법장치(GPS)의 도움이 매우 크다. 밤중에 작은 도시 뒷골목에 있는 여관을 찾는 데 구글맵이 없다면 여행은 불가능할 것이다. 구글은 세계화 시대 여행의 가장 훌륭한 동반자다.

 

GPS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에 현재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도, 경도, 해발고도’를 확인하면서 가기 때문에 초행길 불안감이 적다. 시베리아 대평원의 산속 길은 인터넷이 수시로 끊기고 구글맵, 국제전화, GPS가 멈춘다.

 

인터넷이 멈추면 우리는 문명인(文明人)에서 자연인(自然人)이 된다.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것이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우리를 단순하고 자유롭게 만든다.

 

■ 싱안링산맥을 넘어 몽골초원으로 들어간다

 

하바롭스크를 200여㎞로 지나 싱안링산맥을 만난다. 높이는 200m에서 400m로 높지 않지만 산맥을 통과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싱안링산맥을 경계로 동쪽은 여진족의 ‘만주평야’, 서쪽은 ‘몽골초원’의 시작이다. 시베리아 대평원은 동쪽부터 ‘몽골초원, 카자흐초원, 남러시아초원’으로 연결된다. 대초원은 인류 역사를 뒤흔들었던 유목 기마민족 흉노족, 돌궐족, 몽골족 등의 활동 무대다.

 

싱안링산맥 지나는 도로변에서 현지 주민이 파는 시베리아 야생 꿀 한 병을 샀다.

 

500㎖ 물병 야생 꿀 한 병이 우리 돈 6천원이다. 봄철 3개월 피는 야생화에서 1년에 한 번만 채취하는 꿀이다. 와일드 베리(wild berry), 야생화꽃으로 만든 꿀이다. 운전 중 뜨거운 물에 타 먹기 위해 한 병을 샀는데 여행 중 감기로 고생할 때 꿀물은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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