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으로 의료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당시 포령에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등 의료인에 대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2일 국무위원 가운데 처음으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해 포고령 작성 경위를 조사 중이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포고령 내용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포고령 내용이 공개된 후 의사단체와 전공의단체, 의대생들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의정갈등 후 처음으로 전공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조규홍 "포고령 사전 인지 못해.. 계엄사령관 연락 방법 없어 조치 못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은 12일 오전 조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국무위원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되는 검찰 조사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조 장관이 비상계엄 시점을 언제 인지했는지, 포고령 작성에 관여했는지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포고령에 대해 "국무회의 중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1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이후 내부 문자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인지했다고 밝힌 시간은 당일 밤 11시 28~29분으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지 1시간 가량 지난 시점이다.
조 장관은 "이것이 왜 들어갔는지 우리 1급들 하고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의료가 현재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나쁜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그것을 어떻게 조치할 건가를 서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포고령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 건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포고령 발신자가 계엄사령관이었는데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의정사태 이후 첫 단독 집회.. 의대생도 참석 "의료계엄 반대"
'전공의 처단'을 명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분노한 전공의들은 책임자 처벌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백지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은 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 전공의들이 단독으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포고령 제5조는 특정 직역을 대상으로 임의 처단 의지를 드러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 당하고 언제든지 권력의 변덕에 따라 처단당해 마땅한 직업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의들은 '의료계엄 반대', '의료농단 주범 처벌'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한 의대생들도 참석했다.
한편, 의정갈등에 계엄 포고령까지 겹치면서 전공의 모집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수련을 시작할 레지던트 1년 차를 모집한 결과 지원자는 모집 인원의 8.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전공의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 314명이 지원했다. 이는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채용 계획 인원인 3594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의 경우에도 68명만 지원해 지원율은 8.7%에 그쳤다.
의대교수들 "내란 수괴 하수인 교육·복지장관 물러나야"
사직 전임의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분노"
이번 포고령 내용에 선배 의사들도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1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 이주호, 복지부 조규홍은 내란 수괴의 하수인임을 참회하고 장관직에서 즉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어 "물러나기 전에 의대생과 전공의를 겁박했던 것을 참회하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의료 개혁을 빙자해 벌여 놓은 의대 증원과 '의료 개악'은 원천무효"라며 "의대 모집 절차도 모두 긴급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의대 모집을 중지하고 각 대학의 총장, 학장, 의대 교수 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의대교육정상화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사직 전임의들도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2024년도 사직 전임의 151명은 10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키고자 2024년도 전임의 임용 후 사직한 전문의"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는 헌정질서 파괴를 중단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합리적 의료농단 정책으로 일련의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의 건강권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주권조차 짓밟고 있다"면서 "특히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제5항에서 전공의를 특정해 반국가 세력 처단 대상으로 규정한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순간에 전 국민은 생존을 위협 받았으며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도 12일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12일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 비상계엄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처참히 무너뜨렸다"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농단을 통해 온 국민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역시 독단적·강압적으로 진행됐음을 알게 됐고,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국민이 아닌 '도구'로 취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총장들을 향해 "모든 의사, 의료계 전 직역을 대표하는 의협 비대위는 총장님들께서 교육적 원칙으로 돌아가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 주시길 요청드린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농단·의료농단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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