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먹먹하네요." 배성재 감독은 축구만 바라보며 자신의 지도자 경력을 밑바닥부터 채웠고 결국 프로 팀 감독이 됐다. 자세한 이야기와 먹먹한 심정을 들어봤다.
충남아산은 12일 배성재 감독이 2025시즌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고 알렸다. 충남아산은 2024시즌 창단 이래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준우승을 해냈다. 2위에 오른 충남아산은 대구FC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는데 최종 패배는 했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팀의 아름다운 도전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김현석 감독이 전남 드래곤즈로 떠난 후 후임을 찾던 충남아산은 내부 승격을 택했다. 수석코치 배성재가 감독으로 선임됐다. 배성재 감독은 대전시티즌에서 짧은 선수 생활을 보내고 지도자 생활을 보냈고 2011년 태국 3부리그로 가면서 본격 커리어를 시작했다. 소통도 되지 않던 태국에서 경험을 쌓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고등학교 감독부터 밟아 나갔고 K4리그를 거쳐 충남아산 수석코치가 됐다.
이젠 충남아산 감독이 됐다. 차근차근 올라와 프로 팀 사령탑까지 맡게 됐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선수 출신 비주류의 지도자의 반전 드라마다. 배성재 감독은 충남아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훈련, 경기 후에도 카페에서 축구 영상을 보고 분석만 하는 이른바 ‘축구에 미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배성재 감독이 끝내 프로 감독까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배성재 감독은 12일 ‘인터풋볼’과 통화에서 선수 은퇴부터 태국, 고등학교, K4 감독 생활을 거쳐 충남아산 감독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말했다. 김현석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고 “먹먹하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다.
[이하 배성재 감독과 일문일답]
-선수 생활이 짧았다.
부상, 이적 문제 등 여러 문제가 겹쳐 본의 아니게 은퇴를 했다. 이후 신한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11년 태국으로 넘어가 3부 팀을 맡았다. 이후 2부에 있던 방콕FC를 지휘했고 1년 반 정도 이후에 한마음고등학교 감독, 이어 K4 고양 감독으로 근무했다.
-태국 생활에 대해 더 듣고 싶다.
30대 초반 나이에 외국 경험을 쌓으려 태국으로 갔다. 소통이 되지 않았지만 축구라는 공통 분모로 언어적 장벽을 허물었다. 태국도 외인을 쓰고 있었기에 어떻게 태국 국내 선수들과 조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기용해야 하는지 배웠다. 좋은 경험이었다.
-방콕FC에서 감독까지 했다.
시즌 중에 3부리그에 있던 내게 연락을 줬다. 당시 방콕FC는 강등권에 있었고 9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날 불렀는데 8월에 홍수가 나서 휴식기를 가졌는데 그때 부임했다. 9경기 동안 6승 2무 1패를 했고 16위 팀이 11위에 올랐다. 강등권에 있던 팀을 살려 방콕FC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이 됐다.
-방콕FC 이후엔 고등학교 감독을 맡았다.
태국 생활을 끝내고 새 팀을 찾았는데 가족들은 한국으로 간 상황이었다. 나도 따라 한국으로 돌아왔고 당분간은 휴식을 하려 했다. 그때 인연이 돼 한마음고등학교 축구부를 창단해 감독직을 맡았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지도를 했다. 지도자 생활에 밑거름이 된 경험이었다.
한마음고등학교에 있으면서 골든에이지 강사로도 근무해, 대한축구협회 분들이랑 많이 알았다. 충남아산이 감독이 바뀌면서 수석코치가 필요하다고 알았는데 한마음고등학교가 아산 인근에 있고 아산 18세 이하 선수들이 많이 전학을 와 충남아산과 인연이 있었다. 그래서 연결이 돼 충남아산 수석코치가 됐다.
-2024시즌은 대성공이었다.
김현석 감독님이 믿어준 덕이 크다. 감독님을 잘 보좌하려고 했고 감독님과 함께 준비한 시스템, 전략, 전술을 입히려고 했다. 사실 감독님부터 선수들까지 반신반의했다. ‘이 축구가 될까’란 의심이 있었다. 일반 사람들도 당연하고 축구인들이 보기에도 실현이 가능한 축구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당연했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믿어줬다.
믿음이 없던 시즌 시작과 달리 확신이 됐다. 불신에서 확신으로 끝난 204시즌이었다. 감독님이 전지훈련 때부터 믿어주고 선수들이 믿고 따라와준 덕에 가능했다. 정말 단단한 팀이 됐다.
-충남아산 감독으로 갑작스럽게 부임했다.
시즌 종료 후 바로 2025시즌을 준비 중이었다. 김현석 감독님이 전남에 가신 소식은 나도 오피셜을 보고 알았다. 들어보니 상황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해가 됐다. 작별인사를 하시며 ‘충남아산에 남아서 한번 해봐라. 전남에 데려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충남아산과 잘 이야기해봐라’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기다렸는데 3일 뒤에 전화가 왔고 미팅 후 오늘 아산으로 내려와 계약을 했다.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이준일 대표님, 박성관 단장님, 김현석 감독님께 감사하다. 13년 넘는 지도자 생활을 회상했는데 먹먹한 감정이 든다. 계약을 맺고 혼자 나와 생각을 하다 오피셜을 본 뒤 더 먹먹해졌다. 예전에 고생을 참 많이 했기 때문이다. 아직 가족들에겐 부임 확정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는데 아내도, 애기들도 참 좋아할 것 같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더 노력할 테니 지켜봐달라”고도 자신 있게 하겠다.
이제 더 책임감이 생긴다. 냉정히 말해 난 유명한 감독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와 같은 축구인들, 축구선수에서 지도자를 꿈꾸는 분들이 날 더 유심히 볼 것 같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더 노력을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내 모든 걸 걸고 충남아산에 모든 걸 바칠 것이다.
-이제 이적시장을 준비해야 한다.
충남아산 선수강화부는 벌써 움직이고 있다. 선수 영입, 방출까지 다 준비 중이다. 내 스타일에 맞는 외인을 데려오려고 한다. 영입도 중요하나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기존 선수들을 틀로 잡아 능력을 극대화하고 시스템을 만들며 시즌을 잘 치렀다. 지난 시즌 경험, 노하우를 가지고 충남아산 만의 축구를 선보이려고 한다.
-보완할 부분은?
일단 비대칭 빌드업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 선수들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낮은 라인 속 수비를 할 때 실점이 많았다. 정돈된 수비 상황에서 오히려 실점이 많았던 건 아쉬움이 남았다. 상대 견제도 더 심해질 것이기 몇 가지 추가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비대칭 빌드업 말고 새로운 옵션 전술을 동계훈련 때부터 준비하면서 내년 상대들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다음 시즌 목표는?
큰 목표는 승격이고 세부적으로 18승을 하며 승점 60점을 얻는 게 계획이다. 이준일 대표님부터 단장님, 강화부장님, 김현석 감독님, 선수들, 스태프들 모두가 힘을 합쳐 지난 시즌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번 시즌은 꼭 목표를 이루겠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