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약 28만 명이 몰린 것으로 추정이 된다.
특히 20·30대 여성의 높은 참여율과 K-팝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집회 양상이 주목받았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번 집회는 과거와 다른 세대적·문화적 특징을 드러내며 전통적인 정치 시위 방식에서 탈피한 현상을 보여줬다.
서울시와 KT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에 따르면, 탄핵 집회 참가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은 1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 남성(13.6%), 30대 여성(10.8%) 순으로 나타났으며, 20대와 30대 여성을 합친 비율은 전체의 29.7%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 참가자가 58.9%를 차지해 남성보다 많았다.
특히, 20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번 집회의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 꼽힌다.
과거 촛불집회(2016~2017년)에서는 20대가 전체 참가자의 19.4%에 그쳤고, 성별로는 남성이 56.9%로 우위를 차지했으나, 이번 집회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더 두드러졌다.
탄핵 집회는 오후 5시에 최대 28만 명에 이르렀으며, 같은 주말 평소 여의도 지역의 생활인구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 등 인근 지하철역의 승하차 인원도 평소 대비 3.4배 증가해 집회 참가 인원이 상당했음을 나타냈다.
집회 인근 생활인구는 오후 3시부터 20만 명을 돌파해 오후 6시까지 이 수치를 유지했으며, 오후 9시 이후에야 8만 명대로 감소했다.
시간대별 추산을 합산하면 133만여 명에 달해 집회의 전체 규모를 가늠케 했다.
이번 집회는 전통적인 정치 시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적 특징을 보였다.
촛불 대신 K-팝 아이돌 팬들이 사용하는 응원봉이 등장했고, 집회 현장에는 아이돌 음악이 흘렀다.
집회 참가자들은 함께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고, 이는 집회를 밝고 친근한 분위기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참가자 이모(25)는 “거칠고 무서울 것 같던 집회가 이렇게 밝고 안전한 모습이라면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SNS를 통한 정보 공유와 동참 독려가 집회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회의 중심 세력으로 20·30대 여성들이 나선 배경에 대해 사회적 불안과 불공정성에 대한 저항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 등에서 느낀 정부의 무책임과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정책적 문제들이 참여를 촉진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 여성은 문화·스포츠 행사뿐 아니라 정치적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특징이 있다”며, 이번 집회가 그러한 세대적 특징을 잘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으로 불리던 윤 대통령의 지지층 일부도 이번 집회에 참여한 모습이 관찰됐다.
회사원 김현수(27)는 “공약에 속아 투표했지만, 지금은 후회한다”며 집회 참여 이유를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재발의될 예정인 14일에도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연대를 형성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는 “이번 집회는 특정 정파를 초월해 시민들이 스스로 나선 사례로,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는 100만 명에 가까운 참여 규모와 새로운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정치적 집회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2030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SNS를 통한 집회 문화의 변화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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