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앞 다가온 한미약품 임시주총···신경전 '치열'

한 주 앞 다가온 한미약품 임시주총···신경전 '치열'

뉴스웨이 2024-12-12 17:03: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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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3월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부터)임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너일가 모녀 측과 형제 측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해임 안건과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다뤄진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총 10명이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대주주 연합 측 인물이 6명이고,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이 4명이다. 이에 형제는 모녀 측 인사들을 해임시키고 자신들의 사람인 박준석 부사장, 장영길 대표 등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려 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의 결과에 따라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의 경영권 향방이 갈릴 수 있는 만큼 대주주 연합과 형제는 양측 인물들의 경영능력 흠집내기에 나섰다.

대주주 연합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후퇴시킨 박준석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 회사의 핵심 사업인 신약개발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서울아산병원 진단의학과 출신으로 임상의로서 경험이 없다. 한미약품그룹 입사 후 지난 10여년간 의료기기와 식품 등 사업에만 참여했으며 한미에서의 신약개발 경험은 전무하다.

입·퇴사도 반복했고, 지난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이사에서도 돌연 사임한 바 있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후퇴시킨 인물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대주주 연합은 "박 후보가 이번에 이사로 선임되면 한미약품 핵심가치인 신약개발은 후순위로 밀리고 의료기기 유통과 식품 등 사업에 치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종윤 이사 측이 주장하는 '박준석은 신약개발 적임자, 연구개발 가속화' 등의 주장은 사실과 큰 괴리가 있다"고 질타했다.

임종윤 이사는 박재현 대표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북경한미 종합기지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박 대표를 두고 "구체적인 계획이나 내실 없이 전임자의 성과에만 의존해 업적을 가로챘다"고 지적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약 6년 전부터 현지화 전략 일환으로 북경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것인데, 박 대표가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약개발 기업을 이끌어 갈 경영자로서 역량이 의심된다고도 했다.

이에 연합 측은 "임 이사가 주장하는 프로젝트는 중국 연태시에 구축하려 했던 생산 및 연구단지 복합시설 건축의 건으로 2016년 3월경 추진됐으나 건축 관련 인허가 불가, 사업성 및 인재 확보의 지역적 한계, 투자 주체 불명확성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북경한미약품 종합기지 착공 프로젝트는 3년여 전 본격화된 사업이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대표였던 송영숙 회장과 이관순 부회장이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된 건"이라며 "당시 전략기획실 실장이었던 임주현 부회장이 사업성 검토와 착공 일정 등을 세밀히 진행했다. 또 박재현 대표를 포함한 당시 한미약품 경영진들이 모두 협력해 현재의 베이징 부지에 종합기지를 착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 사람 만들기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경영진들로 연합체를 꾸려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대주주 연합은 박 대표를 중심으로 7인 전문경영인 그룹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는 ▲국내사업본부 박명희 전무 ▲신제품개발본부 김나영 전무 ▲R&D센터 최인영 전무 ▲글로벌사업본부 신해곤 상무 등 4인과, 팔탄사업장 제조본부 김병후 상무, 평택사업장 제조본부 김세권 상무, 제제연구소 임호택 상무 3인으로 구성된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박명희 전무는 "한국형 R&D 선순환 구조는 한미약품이라는 거함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인데, 각 본부의 유기적 관계를 박재현 대표가 중심에서 잘 잡아주고 있다"고 지지 배경을 밝혔다.

최인영 전무는 "한미약품 대표이사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균형감'이다. 다양한 연구개발 실무부터 제조·공정관리 최고 책임자까지 맡아보고, 약사로서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 박 대표의 리더십이 한미약품을 이끌어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유를 전했다. 김병후 상무는 "박 대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독단적으로 결정해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을 요청한다"고 했다.

형제는 일찍부터 한미약품을 제외한 계열사 대표들을 대동해 박 대표를 저격했다. 임종훈 대표를 중심으로 박준석 부사장, 장영실 대표,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 이동환 제이브이엠 대표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 8인은 지난달 임 대표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계열사 대표들은 한미그룹 사내망에 박 대표를 지적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고, 그룹 내의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측의 미래는 한미사이언스와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달려있다. 한미약품 지분은 한미사이언스가 41.42%로 대주주다. 이밖에 ▲국민연금 10.52% ▲신동국 7.72% ▲한양정밀 1.42% 등으로 구성됐고, 소액주주는 약 39%다.

이에 대주주 연합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통해 안건 반대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임종훈 대표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조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2곳인 ISS와 글래스루이스(GL)는 지난 5일 한미약품 임시주총의 4개 안건 모두에 반대했다. ISS는 "지난 2년간 한미약품이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할 때, 박재현(사내이사) 등의 부실 경영을 주장하는 주주제안(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측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고 했고, GL은 "주주제안 측이 현 이사진 교체가 필요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ISS와 GL이 근거 불충분이란 동일 사유로 주총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임 대표가 1인 의사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원지방법원에 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태다.

대주주 연합은 임 대표가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행위를 지적하면서 "회사의 적법한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고, 형제 측의 사적 이익 달성을 위한 권한 남용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형제 측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있는데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5대 5 동수를 이루고 있어 이사회 의장인 임종훈 대표가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4 대 5로 형제 쪽에 기울어져 있었으나, 지난달 열린 임시 주총에서 신동국 회장이 신규 이사로 선임되며 대주주 연합 측 인사 5인, 형제 측 5인으로 구성이 바뀌었다.

또 임 대표의 의결권 행사는 한미사이언스나 한미약품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법원은 주총일인 19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소액주주의 손에 경영권 향방이 갈리게 된다.

다만 이사회를 개최하더라도 5대 5 구도에서 실질적인 결의는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판부는 전날 수원지방법원 민사법정에서 열린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사건 관련 심문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결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절차는 거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의결권 행사 방향이 하나로 모아지겠냐는 것이다.

재판부 또한 결국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의 주가를 100만 원대로 도약시키겠다"고 약속하며 소액주주 표심을 공략하는 중이다. 그는 신규 이사진을 통해 R&D를 강화하는 한편, ESG 개선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사회공헌 한미'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상속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임 이사가 잇달아 지분을 매각하고 있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세도 이어져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임 이사는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한미사이언스 주식 총 38만9838주를 매각한데 이어 6일과 10일에도 각각 보유주식 4982주와 6만1739주를 매각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매각한 보유 주식만 45만6559주에 달했으며, 이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2.46%에서 11.79%로 줄었다.

이는 주식담보대출 계약 연장 실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발생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 이사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한국증권금융, 미래에셋증권 등과 담보 계약을 맺었다. 이 중 100억원 규모 계약 기간이 지난달 28일 만기됐고, 약 60억원을 대출한 계약이 지난 3일 끝났다.

임 이사는 가족으로부터 빌린 주식까지 끌어서 주담대를 받은 상태다. 경영권 분쟁 중 임주현 부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산이 가압류되기도 했다.

그는 주담대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마다 연장을 거듭했는데, 최근 장내매도 물량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만큼 계약 연장이 어려울 정도로 한계에 다다라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달 계약이 만료되는 담보대출 계약도 남아 있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임 이사는 오는 23일까지 NH투자증권에 138억원, 31일까지 하나증권에 79억원 규모의 주담대 만기를 앞두고 있다.

임종훈 대표도 지난달 상속세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 105만주를 거래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블록딜)로 매각한 바 있다. 이번 매각으로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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