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최종 보조금 지급 확정 체결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법을 맹비난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가급적 빠르게 보조금을 확정 지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한달 정도 남은 상태지만 국내 기업들은 비상 계엄령으로 마비된 정부와 당국의 지원은 기대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마이크론에 대한 지원금 61억6500만달러(한화 약 8조8000억원)을 최종확정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주에 1250억달러(약 143조 원)를 들여 메모리 반도체 공장 4곳을 건설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대만 TSMC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지원금 66억달러(약 9조4500억원) 지급을 가장 먼저 확정 받았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더리스 또한 각각 78억6500만달러(약 11조3000만원)과 15억달러(약 2조1500억원) 보조금을 최종 확정했다.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의 보조금이 확정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보조금 확정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440억달러(약 63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 2곳과 패키징 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정부와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하고 각각 64억달러(약 9조원)와 4억5000만달러(약 6500억원) 보조금을 확정받기 위해 협상 중이다.
업계는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확정을 올해까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해 1월 20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재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만큼 보조금 정책이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단돈 10센트도 그들(반도체기업)에게 줄 필요가 없다"며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기업들이 알아서 반도체 공장을 무료로 건설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반도체법 거래는 정말 나쁜 아이디어다"고 강해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이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확정을 받는 다면 안전할 수 있다. 이미 의회를 통해 통과한 법과 계약에 따라 지급된 금액을 무효화하는 것은 트럼프라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업들 중 유일하게 최종 확정을 받지 못해 불안하기만 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본래 이번 달 중순쯤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이 확정될 전망이지만 비상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계엄령 사태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이후 계속되는 혼란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엄령이 반도체 보조금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본래 64억을 받기로 돼 있었지만 국내 정치 혼란이 야기한 불확실성을 핑계로 보조금 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보조금 확정을 위해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한데 탄핵 정국으로 인해 기관들이 마비된 것도 문제다. 계엄령 이후 외교부 장·차관급 인사들의 일정이 모두 연기됐고 긴급 상황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부 수장인 조태열 장관은 국회에 해명 및 사과하러 다니기도 바쁘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1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매일 경제 점검 회의만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조금에 대한 외교적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민관 협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칩스법을 바꾸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많을 수 있다"며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미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국내 경제를 담당하는 가장 거대한 기업으로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 바이든 정부와 맺은 모든 계약을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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