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하고 "비상계엄, 국방장관하고만 논의"…관계자 진술과 차이
계엄 논의·국회 계엄군 투입 과정 등 수사 대상…'말 맞추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권희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3 계엄사태'와 관련해 12일 내놓은 담화에는 검찰·경찰·공수처가 수사 중인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선포 당일 자신의 지시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 없었고 폭동이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형사적 책임에 선을 그었다.
수사기관들이 윤 대통령에게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해 경쟁적으로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이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윤 대통령 담화가 나오면서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도 이번 담화에서 밝힌 논리를 토대로 무혐의를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아직 조사해야 할 관련자들이 많이 남은 가운데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수사기관이 주요 관계자 소환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아직 조사가 안 된 관련자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차이가 있는 발언을 한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술을 듣고 조서를 작성해 증거화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미 진행이 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다른 변호사는 "(계엄 관계자들이) 다들 국회에 나와서 다 얘기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계엄과 관련해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라며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우리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이미 검찰에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당시 내린 지시 내용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된 것과 관련해 "(국방장관에게)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투입한 병력에 대해 "소규모"라며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계엄을 발동했고,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나 방송 송출 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하며 그 결과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심의가 이뤄지는 장면을 국민들이 방송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이나 '폭동 발생' 등이 없었으므로 자신의 지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변호한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과거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국방장관에게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헌법기관의 기능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므로 내란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준비와 관련해서는 "오로지 국방부 장관하고만 논의했고,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다"고 말했다. 또 "군 관계자들은 모두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병력 이동 지시를 따른 것이니만큼 이들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관계자 진술 등과 차이가 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으로 불러 계엄 선포 이후 장악해야 할 기관 등을 적은 A4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4월 총선이 끝난 지난 초여름부터 사석에서 여러 차례 계엄을 언급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계엄 선포 전 모의에 참여한 적은 없다는 게 여 사령관 입장인데, 김 전 장관 외에 함께 모의한 사람이 더 있는지 등은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계엄 저지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 통제 지시는 김 전 장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을 거쳐 조 청장에게 하달됐고, 경찰 기동대가 한동안 국회 출입을 통제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에 국회 통제를 막은 실제 지시가 김 전 장관 선에서 이뤄진 것인지도 수사 기관이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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