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2025년 뱀의 해 맞아 '만사형통'展 18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가늘고 긴 몸뚱이, 소리 없이 발밑을 지나가는 움직임, 독을 품은 채 날름거리는 혀….
다른 동물과 달리 뱀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물이 아니다.
특유의 생김새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고, 치명적인 독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뱀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는 특성 때문에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고 믿었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아 생명력과 풍요로움, 다산을 나타내는 동물로 여기기도 했다.
2025년 을사년 뱀의 해를 맞아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뱀을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달 18일부터 뱀과 관련한 문화를 조명한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을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뱀과 관련한 생활용품, 의례 용품, 그림 등 60여 점을 한데 모은 전시다.
박물관 관계자는 "징그럽고,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신성한 존재인 뱀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하게 풀어낸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십이지신(十二支神) 가운데 하나인 뱀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빨간색 관복에 긴 바지를 입은 뱀 신을 표현한 십이지신도, 뱀의 방위인 남남동쪽에 걸었던 그림, 뱀의 모습을 담은 시계·나침반 등을 볼 수 있다.
어리석은 인간에게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로서의 면모도 다룬다.
저승 세계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왕을 그린 불화 중에는 독사들로 가득한 '독사 지옥'을 그린 작품도 있다. '시왕도'(十王圖), '게발도'(揭鉢圖) 등에서 표현한 뱀의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은 미심 등도 소개한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을 보며 신비로운 존재라고 여긴 점도 흥미롭다.
아프리카 기니의 바가족은 뱀 수호신 조각을 마치 신줏단지처럼 소중히 다뤘고, 스리랑카에서는 뱀이 조각된 가면을 쓰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의식을 지내기도 했다.
뱀을 하늘과 땅을 통합하는 신이라고 믿은 아스테카 문명의 유물도 공개된다.
박물관 측은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바가족, 멕시코 아스테카 문명 등 각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을 보면서 문화적 상징성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본 뒤에는 뱀띠 해의 운세를 점쳐주는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도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맞춰 18일 오후 1시 박물관 대강당에서 우리 민속문화에 깃든 뱀의 상징을 소개하는 학술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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